[영화]영화 ‘외출’서 배용준 파트너 역 손예진

  • 입력 2005년 6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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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출'에서 배용준과 공동 주연을 맡으며 '멜로 퀸'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손예진.
영화 '외출'에서 배용준과 공동 주연을 맡으며 '멜로 퀸'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손예진.
“저 밥도 많이 먹고요, 화장실도 자주 가요. 호호호.”

손예진(23)은 “천사라서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가지 않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손예진.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 퀸’. 차태현(‘연애소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조인성 조승우(‘클래식’), 정우성(‘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 인기 절정의 남자 스타들과 번갈아 파트너가 되면서 ‘눈물’과 ‘상처’의 대명사가 된 배우.

이번엔 배용준과 함께,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7개국에서 동시 개봉될 영화 ‘외출’(9월 9일 개봉)의 주인공으로 낙점돼 그녀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용사마의 파트너’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특히 대단해서, 28일 일본 도쿄 롯폰기에서 열리는 손예진의 첫 일본 팬 미팅 입장권 700장은 예매 시작 5분 만에 매진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손예진을 최근 서울 홍익대 근처의 한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만났다.

금지된 사랑을 그린 영화 '외출'. 사진제공 블루스톰

▽기자=스물세 살에 두 번째 유부녀 연기예요.

▽손=제대로 된 유부녀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때는 데이트하다가 결혼했으니까요. 한 스물여섯 살 정도 먹은 새댁 느낌으로 했어요. ‘내가 조금 일찍 시집갔다고 생각하지, 뭐’ 이렇게 마음먹었어요. 호호.

영화 ‘외출’은 배우자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병원에서 만나게 된 두 남녀가 배우자들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는 내용. 두 남녀 또한 금지된 사랑에 빠져든다. 손예진은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동시에 ‘어느 새 나도 남편과 똑같은 외도를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섞인 감정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기자=출연작 중에 ‘18세 이상’ 영화는 한 편도 없었어요. 이번엔 야한가요.

▽손=대학생의 사랑도 아니고, 결혼한 남녀 간의 사랑이잖아요? 성(性)이라는 부분, 서로의 몸이라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서로의 몸을 느낀다든가 바라본다든가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베드 신이)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아프게 나왔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기자=섹시한 이미지로의 변신은 언제쯤…

▽손=사실 저 보고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호호. 근데 모든 여자는 섹시한 부분을 다 갖고 있거든요. 저도 나름대로 그런 걸 갖고 있고요. 일반적으로 섹시하다는 말은 글래머에 뭐, ‘쭉쭉 빵빵’을 (웃음) 생각하지만, 내가 느끼는 섹시함은, 뭐랄까, 깊이 있는…. 아이, 잘 모르겠어요.

▽기자=예를 들어 전지현 씨는 털털한 느낌이니까 남자도 여자도 비슷하게 좋아해요. 하지만 예진 씨는 남자들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반면, 여자들은 일단 미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손=(웃으며) 쉽게 말해서 제가 ‘내숭’이라는 거죠?

▽기자=아, 예. 실제로 ‘내숭’인가요?

▽손=실제론 내숭이 굉장히 없어요. 솔직해요. 하지만 배우는 자기 혼자만의 몸이 아니잖아요. 내가 힘들어도 웃으면서 인사해 줘야 할 때도 있고…. 그 ‘안티’라는 게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나 쟤 그냥 싫어’ 하는 느낌의 것도 있거든요. 제 경우엔 이런 게(후자) 좀 더 많다고 들어서. 제가 여리고 청순가련형, 비련의 여주인공형을 많이 했기 때문에 아마 여자들은 ‘아이, 저런 게 어디 있어. 말도 안돼’ 할 수 있거든요. 여자들은 남자보다 훨씬 현실적이니까요. 여자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남자들은 동화적인 환상을 꿈꾸죠.

(손예진은 정말 솔직한 여자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이 말을 듣고 여자들이 또 얄미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모차렐라 치즈가 든 바질 향이 나는 피자 조각을 집어 드는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종이비행기를 살짝 집어 드는 듯한 포즈였다.)

▽기자=귀 뒤로 머리를 넘기는 모습이 너무 예뻐요. 무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는 촉촉한 모습도요. 혹시 거울 보고 연습하나요?

▽손=하하하. 어떤 날은 문득 슬픈 표정을 지어야지, 예쁜 표정을 지어야지, 입을 약간 벌려야지, 사실 이런 생각을 미리 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얼굴 근육으로 만들어지는 표정과 마음에서 나오는 표정은 달라요. 그런 표정은 감정에서 나오는 거 같아요.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저조차도 못 느끼는….

이 영화에서 ‘외출’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손예진은 “아마 ‘마음의 외출’이 아닐까요. 뭔가 두려움과 설렘이 섞인…”이라고 했다. “손예진의 인생에 있어서 ‘외출’은 언제였나”라는 질문에는 “으음, 아직까지 없었어요. 나를 벗어던진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그녀의 ‘외출’이 언제일는지 모르지만, 그 ‘외출’이 왠지 기다려졌다.

▼손예진이 말하는 남자▼

손예진은 지금껏 영화에서 함께 연기했던 남자 톱스타들에 대한 느낌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연애소설’(2002년)과 ‘첫 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년)의 차태현(29)=태현 오빠는 되게 밝아요. 연기자로서 타고난 게 있고요.

♥‘클래식’(2003년)의 조승우(25) 조인성(24)=조승우 씨는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근데 왠지 아저씨 같고 푸근하고 편해요. 조인성 씨는 저와 성격이 비슷한 면이 있어서 쉽게 친해지질 못했어요. 겉으로 보기엔 차가운 이미지였는데 의외로 남자다웠어요.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년)의 정우성(32)=정우성 선배님은 굉장히 따뜻한 사람인 거 같아요.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강하고요.

♥‘외출’(2005년)의 배용준(33)=배용준 선배님은 자신을 다스리는 모습이 배우를 떠나 인간으로서 성숙한 느낌이에요. 자상해요. 섬세하면서도 남자다운 강한 면이 있어요.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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