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애니 삼국지’ 마다가스카 - 로봇 - 발리언트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사자 얼룩말 기린 하마의 정글 탈출기를 그린 ‘마다가스카’. 사진 제공 올댓시네마
사자 얼룩말 기린 하마의 정글 탈출기를 그린 ‘마다가스카’. 사진 제공 올댓시네마
《여름방학이면 어김없이 큰 장이 서는 ‘애니메이션 시장’. 올해는 미국 드림웍스의 ‘마다가스카’(14일 개봉)를 시작으로 20세기폭스의 ‘로봇’(28일 개봉), 그리고 영국 방가드사의 ‘발리언트’(22일 개봉)가 각축을 벌인다. 애니메이션은 이제 어린이뿐만 아니라 유쾌한 웃음을 찾는 20, 30대 관객에게도 인기 높은 종목. 각각 내세우는 장기와 이야깃거리가 다른 올여름 3강 애니메이션은 연기, 액션, 주제 면에서 어떻게 앞서고 뒤질까?》

○ 최우수 연기상=마다가스카

‘마다가스카’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인기 4대 천왕’을 자처하는 사자 얼룩말 기린 하마를 내세웠다.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의 말대로 “코끼리 빼면 가장 덩치가 좋은 동물들”이다. 주 관객층인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동물인 데다 사자 알렉스의 갈기를 5만 개 이상의 털 가닥으로 그려냈을 정도로 스타일도 뛰어나다.

‘발리언트’는 전서구(傳書鳩), 즉 메시지를 운반하는 비둘기가 주인공. 실제 제2차 세계대전 중 전서구로 활약한 32마리의 비둘기가 영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는 실화가 영화의 출발점. 차창에 똥을 싸고 인간이 게워 놓은 ‘음식물’을 먹는 비둘기도 귀여울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지만 아무래도 네 발 짐승에게는 힘이 달린다.

‘로봇’은 로봇 태권V나 건담 같이 매끈하게 잘 빠진 것이 아니라 납땜한 양철을 볼트와 너트로 조여 만든 로봇이라는 점이 변수. 남자 아이들은 몰표를 보내겠지만 여자 아이들은 덜그럭거리는 쇳덩이를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 고철로 여기는 태도다.

창의력을 가진 시골 로봇이 세계를 구원하는 ‘로봇’. 사진 제공 이가영화사

○ 최우수 액션상=로봇

‘발리언트’에서 주인공 비둘기 발리언트와 그를 쫓는 매 탈론의 공중 추격전은 영화의 백미. 수직 강하를 하고 가시 덩굴 틈을 교묘히 빠져나가며 공중제비를 도는 발리언트의 묘기는 ‘올해의 곡예’로 꼽힐 만하다.

‘마다가스카’는 한동안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엎치락뒤치락 치고받기 코미디의 부활을 알린다. 공중에서 떨어진 나무상자에 깔려 종이처럼 납작해지는 알렉스나, 배고픔에 지친 알렉스의 눈에 친구들인 얼룩말 기린 하마가 꽃등심 스테이크로 보이는 장면은 TV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딱다구리’의 익살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두 편 다 핀볼 게임을 3차원 이미지에 옮겨놓은 듯한 ‘로봇’의 도심 특급 대중교통 신의 압도적인 액션에는 턱없이 밀린다. 거대한 망치가 후려친, 다람쥐통 같은 운반체가 도심 하늘을 가로지르고 각종 장애물을 교묘히 통과하며 사이클 전용 벨로드롬 같은 도로에서 다른 운반체를 피해 전진하는 장면은 애니메이션임을 잠깐 잊게 만들 정도로 박진감 넘친다.

2차 대전 당시 군사기밀을 실어나르던 비둘기의 활약을 그린 ‘발리언트’. 사진 제공 무비랩

○ 최우수 주제상=발리언트

‘마다가스카’는 어디서든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친구의 소중함을 다뤘다. 정글에 적응하지 못하고 동물원으로 돌아가려 애쓰는 동물들의 모습은 도시를 벗어나서는 살기 어려운 소시민의 애달픈 초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검은 바탕에 흰 줄인지, 흰 바탕에 검은 줄인지” 한탄하는 얼룩말 ‘마티’의, 존재에 대한 회의는 아이들에겐 좀 무겁다.

‘로봇’은 시골 로봇 ‘로드니’의 영웅 되기이자, 창의력과 희망이야말로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의 필요충분조건임을 보여 준다. 그 과정에서 빈부 격차와 계급 문제 등이 성인용으로 제공된다.

이처럼 ‘마다가스카’와 ‘로봇’이 아동과 성인 양쪽 모두에 다가가는 주제 사이에서 엉거주춤 길을 잠시 잃는다면 ‘발리언트’는 모범생형 주제 하나를 일관되게 호소하는 정공법을 구사한다. ‘중요한 것은 몸집이 아니라 정신에서 비롯된다’는 가르침. 관객은 아동용인지 성인용인지 구분할 필요 없이 앙증맞은 비둘기들의 ‘합창’에 집중하면서 웃으면 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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