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실체▽
브래드 피트가 인터뷰에서 구사하는 농담은 대부분 “그런데 말이야. 걔가 이런 행동을 하더라고. 허,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맞받아쳤지, 뭐”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다소 ‘무지막지한’ 그의 태도를 도전적이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매력적인 캐서린 제타존스는 “캐릭터를 충실히 살리기 위해 고민했다”는 것 이상의 얘기는 들려주지 않는다. 키아누 리브스는 인터뷰에서조차 완벽한 연기를 한다. ‘매트릭스 리로디드’에 출연한 그는 철학책을 몇 권 읽고 나와 인터뷰 내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운운했다. 하지만 워낙 심오하게 말하다 보니, 말하는 자신도 듣는 기자도 무슨 말인지 모를 경우가 있다.
외모에서 충격적인 인물은 모니카 벨루치, 리즈 위더스푼 등이다. 스크린에서 약간 크고 길게 나오는 모니카 벨루치의 얼굴은 실제론 기자의 뺨 크기밖에 안 될 정도로 작다. 속눈썹은 족히 2cm는 될 만큼 길며 그 대신 손과 발이 크다.
리즈 위더스푼은 화면에선 광대뼈와 턱 선이 뚜렷해 약간 ‘불량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론 얼굴이 아주 작아서 귀엽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그녀는 ‘금발이 너무해’의 ‘속없는’ 모습과는 180도 달리, 질문마다 한마디 한마디 정 떨어질 정도로 똑 부러지게 대답한다.
예상과 딱 들어맞는 스타들도 있다. 조지 클루니는 영화에서처럼 말재주가 뛰어나고 부드러우면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다만 말이 너무 빨라서 기자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앤젤리나 졸리는 영화 속 이미지처럼 콧대가 높다. 그는 “나는 영화 ‘대부’도 안 봤어요. 전 제가 나오는 거 말고는 영화 잘 안 봐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기자들의 실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영화 담당 기자들은 끼리끼리 모이면 ‘저잣거리’ 수준의 이야기를 주고받기 일쑤다.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도 “영화 속에서 당신이 혀로 마구 핥는 개구리는 진짜 개구리냐” 등, 80%는 영화의 본질과 무관한 가십성이다.
기자들이 머쓱해할 정도로 우문에 현답을 하는 스타도 있다. ‘인 더 컷’ ‘콜래트럴’에 출연했던 마크 러팔로는 “영화(‘저스트 라이크 헤븐’)에서처럼 당신은 실제로도 로맨틱한가”라는 질문에 “로맨틱한 건 타고 나는 게 아니라 노력하는 것이다. 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어서 로맨틱하기는 쉽지 않지만 매일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멋진 대답을 날렸다.
▽스타와 ‘찰칵’노하우▽
할리우드 스타들은 여간해서는 기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주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사에서 사전에 “사진도 사인도 절대 안 됩니다”라고 공지하기도 한다. 이런 공지가 없는 경우, 스타와 사진을 찍으려면 기본적으로 그들의 나르시시즘을 이용해야 한다. 영화 ‘나이트 플라이트’로 만난 할리우드의 신성(新星) 레이철 맥애덤스(‘퀸카로 살아남는 법’ ‘노트북’ 출연)와 기자가 함께 사진을 찍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당신 같은 미인에게는 너무 궁금해서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남자친구 있느냐”고 정중히 묻는다(그러면 대부분 “없다”고 한다)→ “나는 어떤가?”하고 유머러스하게 묻는다→“물론 좋다”면서 활짝 웃는다→이때 “내 외모가 어떤가”하고 다시 웃으며 묻는다→예의상 “지적이고 시크(도시적인)해 보인다”고 대답하면서 웃는다→이 정도 분위기를 만든 후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의 추억을 위해 사진 한 장 어떤가”하고 정중히 청한다→“오, 내 남자친군데 함께 찍어야지”하면서 아주 기분 좋게 찍어준다. 스타들을 ‘쿨’하게 만져보는 방법도 있다. ‘아이 로봇’의 윌 스미스에게는 “당신 팔 근육은 정말 영화에서처럼 강철인가?”하고 물어서 “물론이지. 직접 만져봐”하는 대답을 유도해 실컷 만져볼 수 있었다. 모니카 벨루치에게는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서 차라리 비현실적이다. 당신은 실재하는가?(Are you real?)”하면서 어깨를 살짝 찌른다. 그녀는 너무나 기분 좋게 웃으면서 “오, 그럼. 나 진짜야(I am real)”하고 답한다. 그녀도 나도 모두가 행복한 순간이다.
로스앤젤레스=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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