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여성시대’ 서른살… 12월 코엑스서 기념행사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4분


‘여성시대’를 진행하는 양희은(왼쪽) 송승환 씨. 두 사람은 평범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이 여성시대가 사랑받는 이유”라고 말했다.권주훈 기자
‘여성시대’를 진행하는 양희은(왼쪽) 송승환 씨. 두 사람은 평범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이 여성시대가 사랑받는 이유”라고 말했다.권주훈 기자
어떤 사람은 무뚝뚝한 남편이 3000원짜리 반지를 사다 준 것에 감동해서 편지를 썼다. 또 어떤 사람은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 이사 가는 게 섭섭해서 편지를 썼다. 어쩌면 모두 한번쯤 겪어 봤을,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들었을 법한 얘기들. ‘여성시대’의 힘은 이렇듯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이라는 데서 나온다.

○1975년 첫 전파… PD 30명 거쳐가

MBC 라디오 ‘여성시대’(95.9MHz·매일 오전 9∼11시)가 방송 30년을 맞았다. 1975년 10월 ‘임국희의 여성살롱’으로 방송을 시작했고 이종환 봉두완 이효춘 손숙 변웅전 김승현 씨 등이 MC를 거쳐 갔다. 담당했던 PD만 30여 명. 노래도 들려주고 시사평론도 곁들이지만 30년간 한결같은 울림은 청취자들이 보내오는 편지에서 나온다.

현재 진행자는 양희은(53) 송승환(47) 씨. 양 씨는 1999년부터, 송 씨는 지난해 3월부터 진행을 맡았다. 두 사람이 들려주는 사연은,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한숨 돌린 주부들과 자동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한다. 하루 평균 200통 정도 사연이 오고 그중 예닐곱 가지가 소개된다. 김현수(35) PD는 “서투른 문장이라도 솔직한 심정이 담겨 있는 편지를 선택한다”면서 “내용은 거의 손보지 않고 내보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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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매끄러운 미문이 아니라 길바닥에서 부대끼면서 겪은 체험이기 때문이다. 생생한 삶 얘기에 청취자 모두가 한마음이 되기도 한다. 전현직 프로그램 제작진이 꼽는 인상적인 사연 중 하나는 2001년 초 경남 마산시의 추희숙 씨가 보낸 편지. 남편과 아이가 있는 41세 주부는 유방암과 싸우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식구들과 같은 밥상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숨을 쉬고 잠자는 것, 하찮게 느껴졌던 일상이, 통증 때문에 숨쉬기도 잠자기도 힘든 지금은,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라는 고백에 청취자들은 함께 눈물을 글썽였다.

전화로, 편지로 응원이 이어졌다. 한 청취자는 산삼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 같은 성원에도 불구하고 추 씨는 세상을 떠났고 청취자들은 오래도록 가슴 아파했다. “지금도 추 씨를 기억하고 편지를 보내오는 분들이 있다”고 양 씨는 말한다.

○작품같은 시청자 사연이 장수비결

지난해 초에는 아르바이트를 나갔다가 철거 현장에 투입된 예비 대학생 조카 이승준 군이 다쳐서 사경을 헤맨다는 고모의 편지가 소개됐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스튜디오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위로하고 격려하는 청취자들의 메시지였다. 최근 이 군이 목발 없이 조금씩 걷게 됐다는 소식에 청취자들은 기쁨과 응원의 메시지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사연은 곧 사회의 반영이기도 하다. 1997년 외환위기 전후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얘기가 쏟아졌다. 3, 4년 지나니 가족 사랑에 대한 사연이 늘어나 경제 사정이 많이 좋아졌나 싶더니 최근 들어선 어려운 살림을 호소하는 편지가 다시 늘고 있다. “경기에 따라 편지 내용이 민감하게 바뀐다”는 게 김 PD의 설명이다.

진행자 송 씨는 “하나하나가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30년 장수의 비결이라고 제작진은 입을 모은다. 어떤 인생이든 진실한 마음이 담겨 있다면 감동을 준다는 것, 모두가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여성시대’는 30년을 기념해 12월 14∼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자료 전시회와 콘서트, 바자 등 행사를 개최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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