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카페 뤼미에르’ 마니아엔 특별 일반관객엔 지루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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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행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온 작가 요코(히토토 요)는 부모에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린다. 대만인 애인과는 결혼하지 않고 차라리 미혼모가 되겠다는 요코. 부모는 내색 한번 못하며 전전긍긍한다.

한편 고서점을 운영하는 하지메(아사노 다다노부)는 도쿄의 전철 소음을 녹음하는 취미를 가진 고독한 남자. 요코와 친구 사이인 그는 요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지켜볼 뿐이다.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셴(侯孝賢) 감독이 만든 ‘카페 뤼미에르’는 ‘시선’의 영화다.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朗)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이 영화에서 허우샤오셴은 인물들의 내면을 꼭꼭 숨기는 방식을 통해 역설적으로 그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이는 질식할 듯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이란 지점을 바라보기를 멈추지 않는 현대 일본인에 대한 감독의 애정 어린 시선이기도 하다.

중국어 제목인 ‘가배시광(가배時光)’은 ‘마음을 안정시켜 앞으로의 일을 준비하는 평온한 한때’란 뜻. 제목이 벌써 암시하듯, 이 영화에는 이야깃거리랄 게 없다. 전철을 타고내리고, 빨래를 널고, 커튼을 걷고, 차를 마시고, 낮잠을 자고, 감기에 걸리고,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수도 없이 밥을 먹는 인물들의 일상적인 행동거지를 무심한 듯 세심하게 관찰하는 방식으로 영화는 그들의 가슴속에 숨은 상처와 사랑의 깊이를 감지하게 만든다. 달리 말하면 영화광에겐 ‘특별한 의미’로, 평범한 관객에겐 ‘무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단 얘기.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작.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와 CGV상암에서 2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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