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은 예수가 못 박힌 곳이고 마호메트가 승천했다는 곳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다. 우르바누스 2세는 이슬람 세력이 차지한 예루살렘을 탈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십자군 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케이블TV 히스토리채널은 십자군 전쟁을 돌아보는 4부작 다큐멘터리 ‘십자군 전쟁, 초승달과 십자가의 충돌’(11일 밤 10시 1·2부, 18일 밤 10시 3·4부)을 방영한다. 프로그램은 영화 같은 전투 장면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로 이루어졌다. 전투 장면은 모로코 사막에서 촬영했으며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서 군사로 출연한 배우들이 대거 동원됐다.
다큐멘터리는 종교적 신념이 바래지면서 인간의 욕망이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성지 탈환’이라는 성스러운 목표를 내걸고 시작된 전쟁의 배후에는 교황권 강화라는 책략이 숨겨져 있었다. 6만여 명의 대군이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성전(聖戰)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추해진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십자군은 이슬람 도시 곳곳을 습격한다. 재물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다큐멘터리는 약탈과 살육의 과정을 드라마로 보여준다.
인터뷰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교 양쪽 입장 모두를 전달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이집트 카이로의 헬완대 강사인 타에프 엘 아즈하리는 아랍권의 기록과 역사책을 바탕으로 이슬람교도에게 ‘침략자’로서 십자군이 행한 일을 전한다. 예루살렘 총교구의 번트 베시 파레르 신부는 십자군 원정의 출발 당시 사람들의 순수했던 신앙심을 들려준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을 십자군 전쟁에 비유해 참전을 촉구한 것, 이슬람 무장세력의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거두어지지 않는 것 등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반목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십자군 전쟁은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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