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최근 한국영화 중 아쉽게 생각하는 작품이 있다면….
▽앙=‘가문의 위기’인가요? 히트가 되어서 영화사에서는 기뻐하실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괴기화’하고 ‘희극화’하는 건 호감이 안 가요. 물론 흥행이 참 중요하다는 걸 저도 인정하죠. 지나치게 예술적인 영화는 흥행이 안 되는 게 세계적인 상식이죠? ‘망가진다’는 표현을 많이들 쓰지만, 자기를 망가뜨리면서 흥행이 되게 하는 건 예의, 교양, 지성을 갖추는 데 좋은 영향을 못 미쳐요. 음…, 아, 미안합니다.(생수를 크리스털 컵에 따라 한 모금 마신 뒤) 예를 들어, 뭐 이렇게 담배를 꼬나물고 팔짱을 끼고 폼을 잡고 하는 조직 깡패의 이야기도 많지만 정서적으로 좋지 않아요. 시나리오 쓰시는 분들도 지식의 양식이 되고 기쁨이 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글이면 더욱 이상적이잖아요? 세계문학전집은 그런 글들로 가득 찬 거죠?
▽기자=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는 근친상간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요.
▽앙=아, 너무 잔인해요. 유지태 씨가 누나하고 관계하는 걸 최민식 씨가 학교에서 보고 소문을 퍼뜨리죠. 또 유지태 씨는 보복을 하기 위해 최민식 씨가 그 딸과 근친상간, 관계를 맺게 하지 않아요? 참, 어떤 델리케이트한(delicate·미묘한) 심리 표현은 아주 훌륭한데요. 박 감독님은 천재적인 감독이시지만, 세계적인 상식이란 게 있잖아요? 바른 소리를 하시는 분들이 너무 없었어요.
▽기자=최근 가장 감명 깊게 보신 영화가 있다면.
▽앙=‘AI’. 아티피셜 인텔리전스(Artificial Intelligence)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이란 뜻이죠? 아유, 너무 너무 불쌍해요. 그 아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아기인데도 부모를 그리워하는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정신세계,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환상적인 분위기의 표출….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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