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팀 소속인 김모(32) PD는 14일 자정 무렵 서울 서초구 잠원동 H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장에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하던 중 경비원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에 빠졌다.
김 PD의 차 안에선 빈 소주병 4병과 유서, 영화제작 일지 등이 발견됐다.
유서에서 김 PD는 “이 작품을 잘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더 이상 사람들에게 미안해하기 싫다. 내가 책임질 방법은 이 길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PD는 KBS와 영화진흥위원회가 공동 추진하고 있는 ‘방송영화 제작지원 사업’ 대상 작품 ‘피아노포르테’를 제작할 PD로 선정돼 올해 1월부터 계약직 스태프와 배우를 섭외해 영화 제작을 준비해 왔다.
당초 KBS는 이 영화 제작을 위해 10억 원의 투자를 받아 주기로 약속했으나 회사 측의 제작지원비 지급이 미뤄지자 김 PD는 영진위에서 지원받은 8000만 원과 자신의 전세금 2500만 원을 빼 제작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0월 예정이던 크랭크인도 미뤄졌다.
김 PD는 KBS가 최근 5억 원 한도 내에서 영화를 찍으라고 종용하자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PD와 같이 작업해 온 계약직 스태프 김모 씨는 “5억여 원 중 그동안 스태프 월급과 배우 개런티를 주고 나면 도저히 영화를 찍을 수 없다”며 “김 PD가 이를 고민하다가 유서를 써 놓고 자살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PD는 주간지 기자, 영화평론가 등을 거쳐 2000년 KBS에 입사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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