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고수(27). 그의 얼굴이 밝다. 주로 진지하고 심각한 역을 소화하던 그에게 새로운 삶이 생겼기 때문. 그는 최근 ‘프라하의 연인’ 후속으로 26일 처음 방영되는 SBS 주말드라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극본 김이영, 연출 강신효)의 주인공 ‘영훈’으로 살고 있다.
영훈은 수십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마음씨 착한 청년. 드라마는 어느 날 영훈이 방송사로부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가짜 백만장자 역할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영훈은 거액의 출연료를 받는 조건으로 백마 탄 왕자를 꿈꾸며 TV쇼에 참가한 20명의 참가자 중 한 명을 선택하는 임무를 맡고, 지원자 중 어릴 적 좋아했던 은영(김현주)을 만나게 된다.
“영훈이가 가짜 백만장자임이 드러났을 때 은영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요. 돈 때문에 사랑하는 게 옳은 건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 저 자신도 영훈이를 통해 요즘 이런 갈등을 합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라도 백만장자가 되니 편하더라고요. 옷도 좋은 거 입고, 남들 앞에서 어깨에 힘도 주고…. 하하”
이 드라마는 2003년 미국 폭스TV에서 방영한 리얼리티쇼 ‘Joe Millionaire’를 모티브로 삼았다. 프랑스에 성(城)을 갖고 있는 백만장자가 참가 여성 가운데 파트너를 고르는 과정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결말에 부호가 백만장자가 아닌 중장비 기사라는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촬영도 프랑스 보르도 인근의 한 성에서 이루어졌다.
“촬영한 장소가 400년 전에 지은 옛 성이고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여서 즐겁게 작업했어요. 시내 빵집에서 코냑이 들어있는 빵을 먹고 취한 채로 연기도 해 봤고요.”
이 드라마를 끝내고 내년 초 군에 입대하기로 결정한 고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나쁜 역을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는데…. 선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한마디로 배를 열어 보면 하얀 피가 나오는 예측 불가능한 인물요. 그나저나 군대 갔다 오면 주변 여건이 많이 변해 있겠죠. 그때도 영훈이처럼 순수한 역을 할 수 있을까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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