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 할아버지의 쾌유가 ‘뇌가소성’을 이용한 치료법의 사례라고 말한다. 뇌가소성이란 뇌세포가 죽어가더라도 남은 뇌세포가 왕성하게 활동해, 다른 뇌세포와 계속해서 새로운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내는 것. 뇌세포는 죽어도 뇌는 죽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큐멘터리 KBS 스페셜 ‘치매와의 전쟁, 뇌’(KBS1 26일 밤 8시)에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이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노력이 담겼다. 노인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수도 급증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의 치료를 포기하거나 당연한 노화 현상이라며 방치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진다. 뇌가소성이 실마리가 된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치매 환자에게 뇌가소성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 3년째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78세 송모 할아버지의 동의를 얻어 ‘작업 치료’를 했다. 작업 치료는 놀이와 운동을 통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 동작을 원활하게 하도록 돕는 것. 뇌가소성을 바탕으로 한 치료법이다. 한 달간 치료한 뒤 뇌 영상을 살펴본 결과 송 할아버지의 뇌가 활성화된 것이 확인됐다. 시공간 구성력과 인지 능력도 향상됐다.
제작진의 실험이 치료법의 직접적인 성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의의를 갖는다. 한설희 한국치매학회장은 실험 결과에 대해 “뇌 영상을 보면 뇌가 재구성된 게 확실하지만 작업 치료에 의한 것인지는 더 연구해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당 서울대병원 김상은 교수는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한다면 뇌가소성 치료법의 성과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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