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급한 일이 있어서…. 다음에 만나 드리죠.”(여자)
길을 가다 우연히 부닥친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 남자. 다급하게 말을 건네지만 여자는 무심하다. 그녀는 전문 소매치기. 여자의 손에는 이미 남자의 지갑이 들어와 있다. 여자는 속으로 비웃는다. “미친 놈!” 하지만 알고 보면 남자 역시 사기꾼이다.
영화배우 최성국(35)과 성인 연기에는 처음 도전하는 아역 배우 출신 탤런트 신지수(20)가 나오는 이번 주 MBC ‘베스트 극장’의 한 장면이다.
독특한 한 가족의 이면을 그리는 코믹 드라마인 ‘가리봉 오션스 일레븐’(10일 밤 11시 40분). 극본 김정애, 연출 조현탁.
‘가리봉 오션스 일레븐’의 설정은 최근 개봉된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브래드 피트, 앤젤리나 졸리 부부와 비슷하다. 영화에서 부부가 킬러라는 직업을 숨기며 살다가 같은 살인 의뢰를 맡으면서 서로의 실체를 알게 된 것처럼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이 우연한 계기로 서로의 직업을 알게 된다.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이지만 지금껏 서로의 ‘부업’인 소매치기, 사기 등을 숨기고 살아온 사기꾼 아버지 윤정남(김창완), 보석감정계의 큰손 장 여사(김혜옥), 소매치기 딸 윤은수(신지수), 조직폭력배 아들 망치(박준석)는 결정적 계기를 통해 결국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다.
모두 모여 김치찌개를 놓고 저녁밥을 먹는 게 소원일 정도로 ‘부업에 바빠’ 모이기 힘든 이 조직폭력배 가족은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기 위한 과정에서 서로 얽히게 된다.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 좌충우돌하다가 결국 가족 모두 한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게 되는 것.
연출을 맡은 조현탁 PD는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과 가족에게 보여지는 모습 사이의 간극을 다루는 한편 속고 속이는 게임판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황당한 이야기를 통해 요즘 가족 간의 소통 불능 문제를 코믹하게 다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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