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개봉 ‘파랑주의보’서 첫사랑 열연
―입술이 참 탐스러워요.
“어렸을 땐 엄마가 제 입술을 싫어했어요. ‘쿤타킨테’같이 두껍다고요. 사진 찍을 때 항상 입술을 이렇게 (입술을 오므리며) 힘주고 찍으라고 하셨어요. 안 그러면 헤퍼 보인다고요.(웃음) 근데 제가 (배우)활동하고 나서부턴 화장품 모델을 많이 해서 그런지 드라마에 제가 립스틱 바르고 나오면 그게 나중에 잘 팔린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예쁘다, 예쁘다 하면 또 ‘내 입술이 예쁜가?’ 하잖아요. 지금은 엄마가 입술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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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데뷔 10년차가 돼서야 영화죠?
“‘가을동화’ 찍고 반응도 좋았고 영화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영화에 뛰어들기엔 사랑의 느낌을 너무 모르는 나이였어요. 사랑을 모르면서 사랑을 흉내 내는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제 때가 온 거죠.”
―얼마 전 겪은 (배우 이병헌과의) 사랑과 이별의 기억이 영화를 선택하게 만든 건가요?
“전 정말 큰 사랑을 통해서 사랑의 감정도, 아픔도 알게 됐어요. 아픈 사랑이고 아픈 추억이지만 연기자로서 그런 감정을 경험해 본 것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 또래 연기자들이 쉽게 갖지 못한 감정의 기억을 하나 더 갖게 된 거니까요. 연기자로선 좋지만…, 개인적으론 마음이 아파요.”
―TV 드라마에 비해 영화 촬영은 어떤가요?
“제 이목구비가 작은 편이 아니니까 약간만 움직여도 큰 스크린에선 ‘오버’하는 연기로 보이는 거예요. 표정과 제스처를 줄이고 절제하는 게 힘들었어요.”
―감독이 혜교 씨더러 ‘첫사랑의 이미지를 가졌다’고 평하던데요.
“모르겠어요. 전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팬도 거의 여자들이에요.”
―그건 내숭을 안 떨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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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자니까 그런(내숭 떨) 자리가 있으면 내숭을 떨겠지만 평소엔 털털해요. 차태현 씨가 ‘내 오른팔로 들어오라’고 할 정도니까요.(웃음)”
―혹시 사악한 면도 있나요?
“주위에서 ‘사이코’ 역할 한번 해 보라고 그래요. 의외로 어울릴 것 같다면서요. 예를 들면 ‘친절한 금자씨’처럼 싸늘한 인물요. 옛날엔 이익 같은 걸 별로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요즘엔 매사에 저에게 돌아올 이익 같은 걸 제가 챙기고 있더라고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안 그랬는데…. 점점 마음이 못돼 가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돼요.”
○ 귀여운 여자보다 ‘묘한 여자’이고 싶어요
―귀여운 건가요, 예쁜 건가요, 도도한 건가요, 섹시한 건가요?
“사람들은 아직 귀여운 이미지로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전 ‘묘한 여자’란 소릴 듣고 싶어요. ‘쟤 좀 뭔가 묘하다’ 이런 느낌요.”
―한 사진작가가 ‘큰 키는 아니지만 몸매 비율이 절묘하다’고 말했어요.
“그거 ‘키는 작지만 다리는 의외로 길다’는 뜻이에요. 하하하.”
―드라마에서 최고의 남자 스타들과 파트너를 이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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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송승헌 씨는 따뜻한 배우고요, 원빈 씨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친하진 않았지만 되게 착한 배우예요. 전 ‘가을동화’ 속 원빈 씨 같은 남자가 좋아요. 한 여자밖에 모르고 그 여자한테 모든 걸 바치니까요. 류승범 씨는 연기파인데 색깔이 너무 많아서 감 잡기 힘들어요.(웃음) 정지훈(가수 비) 씨는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고요. 이병헌 씨는 기본적으로 연기를 너무 잘하시니까…, 완벽한 배우?”
―차태현 씨와는 첫 연기인데, 누가 손해 보는 거죠?
“(웃음) 태현 오빠와 저는 상대 배우를 살려 주면서 자기도 더불어 올라가는 배우란 점에서 서로 비슷해요.”
―영화에서 두 사람 뽀뽀하나요?
“뽀뽀랑 키스의 중간쯤 해요. 호호호.”
인터뷰가 끝나고 그녀와 헤어질 즈음, 기자의 가슴속에도 ‘파랑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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