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주인공은 고2 동갑내기 수은(송혜교)과 수호(차태현). 모든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수은은 공부든 외모든 그저 ‘평균’ 수준인 수호에게 마음이 끌린다. 하지만 수호는 언감생심, 수은이가 자신을 좋아하리라곤 짐작조차 못한다. 결국 수은은 삐삐의 음성사서함을 통해 수호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둘은 공식 커플로 사귀게 된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예쁜 추억을 쌓아 가던 두 사람에게 뜻밖의 장애가 닥친다. 수은이 병으로 쓰러진 것이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리메이크 작. 같은 줄거리지만 일본의 원작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에 강점을 보인다면, 한국판은 섬세함은 떨어지지만, 애틋하면서도 울음을 강요하지 않는 쿨한 감성이 지배한다.
좀 어리바리한 수호 역의 차태현과 예쁘고 똑 떨어지는 성격을 가진 수은 역의 송혜교는 맞춤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10대의 풋풋한 모습을 보여주기엔 아쉽게도 두 사람 다 어리지 않다.
장의사를 운영하는 수호의 할아버지(이순재)는 50년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영화 속 또 다른 주인공. 비오는 날이면 손자를 불러들여 첫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더불어 수호의 친구들, 수호와 수은이 찾아가는 섬의 민박집 할머니(김지영), 수호를 샘내는 통통한(?) 여동생(김신영)은 웃음을 주는 인물로 감초 역할을 해낸다.
영화에선 감정의 응집력이 떨어지지만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후로 내가 없었던 적은 단 1초도 없었어’ 처럼, 좀 간지럽긴 하지만 시적인 대사가 메마른 감성을 자극한다. 더불어 푸른 바다, 그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 때론 푸르게 때론 금빛으로 일렁이는 밀밭 등 그림 같은 영상도 돋보인다. 영화의 메시지는 ‘갈생’이란 시에 녹아있다.
‘여름 긴 낮, 겨울의 긴 밤을/당신은 여기에 잠든다./백 년 후에 나도…/결국 당신 곁에 잠들겠지./편안히 그날을 기다려주오.’ 22일 개봉. 등급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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