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남자의 작업기술=‘자유부인’의 바람기 있는 총각 춘호는 영어를 멋스럽게 써가면서 자신이 자유로운 영혼임을 은근슬쩍 강조한다. 반면 ‘애인’의 남자는 단도직입적이며, ‘작업의 정석’ 속 민준은 기상천외한 비유법을 구사한다. 춘호와 민준이 느끼한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자유부인 | 애인 |
“아주머니, 한번 슬슬 걸어보실까요.”(춘호) “어마, 여기서 적선동이 어딘데 걸어가는 거야?”(선영) “달빛도 고요한데 한 30분 저를 즐겁게 해 주십시오.”(춘호) “춘호는 명옥이랑 사랑하는 사인가?”(선영) “그저 프렌드죠.”(춘호) “그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인가?”(선영) “사랑하는 사람은 단 하나일 뿐입니다. 프렌드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죠.”(춘호) “그렇지만 춘호가 명옥이를 사랑하는 증거(키스하는 장면)를 보았는걸?”(선영) “아, 그걸 보신 모양이군요. 그야 프렌드로서의 작별인사죠.”(춘호) “나 같은 늙은이도 춤을 배울 수 있을까?”(선영) “왜 늙은이 늙은이 하십니까? 아주머니는 젊고 아름답고 양장이라도 하시면 아주 스타일이 베리 굿일 겁니다.”(춘호) | (우연히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남녀.)“지하 3층까지 우리 둘만 내려가면 제가 술 한 잔 사죠.”(남자) “왜 나한테 술을 사죠?”(여자) “이유를 말해야 하나요?”(남자) “작업 거는 거예요?”(여자) “(작업을) 걸면 걸려요?”(남자) |
작업의 정석 | |
“인도에 직접 주문해서 받은 차예요. 아무래도 국내에서 구하는 차들은 유통과정이 길다 보니 향이 많이 손실이 되어서….”(민준) “….”(지원) “유럽에선 오늘처럼 보름달 뜨는 밤에 은 스푼으로 홍차를 저으면 귀여운 요정이 나온다는 전설이 있죠. 하지만 오늘은 마법이 통하질 않겠네요. (여자를 쳐다보며) 벌써 제 눈앞에 요정이 있으니까요.”(민준) |
② 여자의 작업기술=50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자유부인’은 급진적이다. ‘자유부인’ 속 중년부인 윤주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인파이터’인 반면, ‘애인’ 속 여자는 머뭇거리는 체 한번 빼보면서 상대의 전투 욕구를 부채질하는 ‘아웃복서’다.
자유부인 | 애인 |
“마담, 우리 사업의 성공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한번 시골로 소풍 나가지 않으시렵니까?”(백광진) “소풍이요? 피크닉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러지 마시고요. 온천장으로 가자고 확실히 아주 똑바로 말씀하시지요.”(윤주) “어허허, 마담….”(백광진) | “괜찮을까요? 아니,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미안해요.”(여자) “나한테 미안할 거 없어요. 어떻게 하고 싶어요?”(남자) “모르겠어요.”(여자) “우리 한번 저질러 보죠.”(남자) |
③ 걸 토크(Girl Talk)=‘자유부인’에서 동창인 선영과 윤주는 여성의 권리 신장이 화두. 그들의 춤바람과 외도가 여권 신장의 연장선임을 암시한다. 반면 ‘작업의 정석’ 속의 친구인 수진과 지원은 오로지 ‘목적으로서의 섹스’를 논한다.
자유부인 | 작업의 정석 |
“아이, 이 망할 것. 어쩜 돈벌이 구멍을 그렇게도 잘 뚫니?”(선영) “요는 돈이야. 돈만 있고 보면 세상만사 안 되는 게 없거든. 특히 우리 여성들은 말이야, 남편의 압제를 받지 않으려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능력을 가져야 하는 거야.”(윤주) “어마나, 넌 이제 못 할 말이 없구나.”(선영) “너나 나나 이젠 시들어 가는 장미야. 이제 남은 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엔조이 하느냐가 문제지.”(윤주) | “민준 씨랑은 아직 안 잤다며?”(수진) “그런데?”(지원) “근데 왜 네 피부에선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최소 오르가슴 10회 이상 겪는 복 많은 년들 특유의 광채가 나느냔 말이야!”(수진) “옷 다 벗고 엉키고 뒹구는 게 섹스의 다가 아냐. 때론 남자가 나를 간절히 원하게 만드는 거, 상대의 눈동자나 입술을 슬쩍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섹스가 될 수 있는 거야.”(지원) “너 변태니?”(수진) “아마 민준 씨도 지금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을 걸?”(지원) |
④ 밀고 당기기=수컷의 환상적인 호흡 조절은 고금(古今)이 다르지 않다. ‘자유부인’이나 ‘애인’의 남자들은 예외없이 “나의 소유권을 당신에게 넘기겠다”는 사탕발림을 통해 여성의 주체적 욕망을 자극하고 일깨우는 고전적 테크닉에 의존한다.
자유부인 | 애인 |
“마담!”(춘호) “왜 이러는 거야.”(선영) “마담! 아이 러브 유. 마담, 오늘 저녁엔 저를 맘대로 이용해 주십시오.”(춘호) (이어 두 사람은 볼을 맞대고 비비며 쓰러진다.) | “6시 전에 출발해야 된다고 그랬나?”(남자) “그동안 뭐하지?”(여자) “날 갖고 놀래?”(남자) “왜 그러고 싶어?”(여자) “그냥 그러고 싶네. 날 좀 갖고 놀아주라.”(남자) “실컷?”(여자) “실컷.”(남자) |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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