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시간대 TV채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시청자들 중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지상파 방송3사의 드라마 중 상당수가 파격적으로 신인을 주연으로 캐스팅했기 때문. 새로운 얼굴에 대해 ‘신선하다’는 평과 ‘연기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시청자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드라마 PD들은 “어쨌든 대세는 신인들 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최근처럼 신인이 안방극장의 메인 시간대를 일제히 점령한 것은 드문 사례다. KBS ‘안녕하세요 하느님’, ‘별난 여자 별난 남자’, MBC ‘궁’,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SBS ‘마이걸’, ‘하늘이시여’ 등 모두 신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 안방극장을 점령한 신인들
IQ 65의 지능발달장애 청년이 수술을 통해 IQ 180이 넘는 천재가 된다는 KBS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주인공 하루 역의 탤런트 유건(23). 바보와 천재를 동시에 연기하는 그는 이번이 첫 드라마 출연이다. 은혜 역 김옥빈(20) 역시 영화 ‘여고괴담4’에 출연했던 신인.
서울대 법대생과 여고생이 우연히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해프닝을 그린 MBC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의 주인공 은민 역도 아역만 맡아 왔던 신인 이영아(22)가 캐스팅됐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가상 상황을 설정해 평범한 여고생이 황태자비가 되는 이야기를 다룬 MBC 드라마 ‘궁’의 주인공 황태자 주지훈(24)과 황태자비 윤은혜(22), 효린 역 송지효도 주연이 처음이기는 마찬가지.
드라마 시청률 1, 2위를 달리는 ‘별난 여자 별난 남자’(KBS)의 주인공 고주원, ‘하늘이시여’(SBS)의 이태곤(29), 윤정희(26) 모두 신인이다. 반면 SBS ‘마이걸’의 주역 이준기(24)는 같은 신인이지만 광대 공길로 출연한 영화 ‘왕의 남자’ 흥행에 힘입어 브라운관에서도 이미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이걸’은 전체 드라마 시청률 3위.
○ 드라마 본령으로의 회귀
신인 배우들의 드라마 점령에 대해 제작진은 스타급 연기자의 캐스팅 어려움과 과도한 출연료를 이유로 든다. 현재 드라마의 회당 평균 제작비는 방송사 자체 제작은 8000만∼9000만 원. 외주 제작의 경우 1억 원대 중반이다.
3월부터 방송되는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 캐스팅된 손예진(24)은 1회 출연료가 25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9월 MBC 방송 예정인 ‘태왕사신기’의 배용준(34)은 회당 1억 원이라는 소문이 돈다.
일부 드라마 PD들은 “스타가 시청률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는 최근의 실패 사례가 대대적인 신인 기용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말한다. 가수 비가 주연을 맡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죽일 놈의 사랑’은 시청률이 10%대 중반에 머물렀다. 고수(28), 김현주(28)가 주인공인 SBS의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도 현재 시청률은 10%대 중반. 스타 파워를 기대했던 엄태웅(32), 에릭(27)의 ‘늑대’는 2회 방송에서 13.6%에 그쳤다.
김사현 MBC 드라마 국장은 “시청률을 제외하고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몰랐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시청자 반응을 인터넷으로 실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며 “신인들을 캐스팅할 때 이러한 시청자 기호 조사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모험’이라 생각하고 저지르는 일이 아니라 나름의 로드맵이 있다”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경우 처음부터 신인을 염두에 두고 오디션을 실시했다. 스타가 아니라 드라마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찾겠다는 의도였다.
새로운 얼굴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도 늘었다. 시청자 강태환(32) 씨는 “배우들이 연기 변신을 해도 같은 얼굴일 경우 비슷한 느낌을 준다”며 “기존 이미지를 변형한 스타들보다는 신인들의 연기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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