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무극’ 홍보차 내한 천카이거 감독

  • 입력 2006년 1월 21일 03시 10분


20일 한자리에 모인 배우 장동건(왼쪽)과 영화 ‘무극’의 감독 천카이거. 천 감독은 “장동건은 500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안철민 기자
20일 한자리에 모인 배우 장동건(왼쪽)과 영화 ‘무극’의 감독 천카이거. 천 감독은 “장동건은 500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안철민 기자
영화 ‘무극’(26일 개봉) 홍보차 내한한 천카이거(陳凱歌·54) 감독은 배우 장동건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자살한 홍콩 배우 장궈룽(張國榮)의 대표작 ‘패왕별희’를 감독한 천 감독은 20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본보와 가진 회견에서 “내가 만난 최고의 배우는 장궈룽이었다. 그는 지금 세상에 없다. 장궈룽 다음으로 최고의 배우를 만났다. 장동건이다”고 했다.

천 감독은 “훌륭한 배우는 세 가지를 갖춰야 하는데 사람을 끄는 차밍함, 외모, 연기력이다. 연기력은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하늘이 주는 것이다. 장동건은 세 가지 외에도 ‘가진 것을 유지할 줄 아는 능력’까지 갖췄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영화 ‘친구’를 본 뒤 직접 ‘무극’ 대본을 들고 장동건을 찾아왔다.

이날 인터뷰에는 장동건이 동석했다. 천 감독의 칭찬에 “과분하다”고 말한 장동건은 “신인 배우 시절 가장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인 패왕별희를 만든 감독이 지금 나를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무조건, 이 사람을 경험하고 싶다’고 맘먹었다”고 말했다.

장동건은 이 영화에서 빛보다 빠른 발과 황소보다 센 힘을 가진 전설적인 노예 쿤룬 역으로 나온다. 노예라는 운명을 거부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강인한 인간형이다.

“촬영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기 전날, 마치 새로운 별로 떠나는 외계인처럼 막막하고 두려웠는데, 천 감독은 그런 내 맘을 정확히 읽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격려해 줬다. 장면마다 배우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 역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능력에 힘든 줄 모르고 촬영했다.”

무극은 제작비 30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들인 한중일 합작영화. 지난해 12월 15일 중국 개봉 이후 900만 명이 관람했다.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 영화상 출품작이며 베를린 영화제 비경쟁 부분에도 진출했다.

천 감독은 “‘무극’은 흥행 여부를 떠나 아시아 각국의 문화적 힘을 하나로 모아 세계에 보여 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 영화를 통해 아시아인의 심오한 철학인 ‘마음의 자유’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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