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TV3사 스포츠 중계권 재판매 날로 세분화

  • 입력 2006년 3월 22일 03시 00분


외화 프로그램에 웬 영문 자막?

미국 과학 수사관들의 활약상을 그린 ‘CSI 과학수사대’를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채널인 AXN에서 보는 시청자들은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범죄 현장 수사를 뜻하는 ‘CSI(Crime Scene Investigation)’는 지상파 방송사인 MBC와 케이블 채널인 OCN이 ‘CSI 마이애미’ 편을, AXN에서는 ‘CSI 시즌6(라스베이거스)’과 ‘CSI 마이애미’ ‘CSI 뉴욕’ 편을 각각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마다 판권 계약 내용이 달라 MBC는 한국어 더빙, OCN은 한글 자막으로 방송한다. 한국어 판권을 확보하지 못한 AXN의 경우 ‘라스베이거스’ 편은 한글 자막을, 나머지 ‘마이애미’와 ‘뉴욕’ 편은 영문 자막을 입혀 방송하고 있다.

위성방송, 인터넷,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채널로 방송하게 되면서 판권의 종류가 세분화하고 있다. 판권은 그것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현금 주머니’. 판권을 가진 자는 모든 것을 갖는다.

21일 막을 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6월 개막되는 독일 월드컵 등 빅 스포츠 이벤트는 ‘판권 쪼개 팔기’의 극한을 보여 준다. 독일 월드컵의 국내 독점 방영권은 KBS, MBC, SBS 지상파 3사가 가지고 있다.

3사는 이미 판권 재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한강 둔치, 공원, 광장, 패밀리 레스토랑, 극장, 경기장, 할인매장 등 공공장소에서 경기를 방영할 권리를 상품화해 판매 중인 것.

지상파 3사가 대행사를 통해 제시한 생중계권 상품은 모두 네 가지다. 한국대표팀의 경기나 결승전을 특정 장소에서 1회 방영할 수 있는 권한은 5000만 원, 한국대표팀의 경기 모두를 전국적으로 여러 장소에서 생중계할 수 있는 권한은 3억 원이다. 월드컵 본선 64경기를 지속적으로 중계할 수 있는 상품은 장소당 3억 원, 한국전 이외의 경기는 한 장소에서 1회 방영할 때마다 2000만 원을 내야 한다.

극장체인 CGV는 스포츠 브랜드 ‘푸마’와 공동 마케팅 계약을 하고 전국의 265개 스크린에서 한국대표팀의 조별 예선 3경기를 SBS의 화면을 받아 생중계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KBS, SBS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양 방송사의 중계 화면을 내보내며 거리 응원을 펼치기로 했다.

3사는 “아직 판권을 판매 중이라서 판권 수입 총액이 얼마나 될지는 추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막대한 판권료를 낼 수 없으면 실시간 중계는 포기해야 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경우 실시간 중계권 대신 경기 하이라이트 동영상 판권을 사들이고 있다. ‘다음’은 지상파 이외의 중계권 판매를 맡고 있는 에이전시인 인프론트와 계약해 경기가 끝난 후 20분 이내에 경기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내보낼 예정이다. WBC 실시간 중계로 화제가 됐던 야후 코리아도 독일 월드컵 경기는 경기 후 동영상과 역대 월드컵 하이라이트 장면을 방송하기로 했다. 야후 코리아 관계자는 “실시간 중계료가 너무 비싼 데 비해 경기 시간이 새벽이어서 누리꾼 수요가 적을 거라고 보고 포기했다”고 밝혔다.

송해룡(신문방송학) 성균관대 교수는 “동일한 콘텐츠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상품화는 대세가 돼 가고 있다”며 “그만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소수 사업자의 독점적 지배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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