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자리 잡은 영화관 ‘시네코아’(대표 임상백)는 24일 밤 임직원 이름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작별인사를 띄웠다. 6월 30일을 끝으로 10년 만에 극장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었다. 폐관 이유에 대해 ‘긴 역사와는 상반된 짧은 이유’라고만 밝혔다. 이유는 정말 ‘짧았다’. 경영난이었다.
시네코아는 관철동에 있었던 예술영화관 ‘코아아트홀’의 계열 극장으로 1997년 문을 열었다. 코아아트홀은 타르콥스키의 ‘희생’과 왕자웨이의 ‘중경삼림’ 등을 소개하면서 영화 마니아층을 본격적으로 만들었으나 2004년 경영난 탓에 개관 15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자 시네코아는 1개관을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운영하고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선 볼 수 없는 ‘작고 빛나는’ 영화들을 장기 상영하는 등 나름의 생존방식을 모색해 왔다.
시네코아는 상업영화와 함께 ‘그녀에게’(스페인), ‘아무도 모른다’(일본)와 같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들을 상영하면서 ‘예술성과 상업성의 접목’을 시도해 왔고, 이런 시도는 반짝 효과를 보기도 했다. 최근 개봉된 ‘메종 드 히미코’는 몇 주간 표가 매진되면서 4만 명이 넘는 마니아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극장은 개관 후 단 한 해도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1개관을 공연장으로 임대하고, 예술영화 수입배급사인 스폰지에 2개관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경영난 타개를 모색했지만 결국 대기업 계열의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의 공세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시네코아 관계자는 “이제 종로2가는 극장가로는 ‘죽은’ 거리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나마 영화 마니아층에 기대 왔지만 더는 출혈을 견디기 어려웠다”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올해 말까지 스폰지에 임대계약이 된 2개관을 제외한 3개관은 극장 외의 용도로 변경된다.
시네코아가 폐관되면 종로 예술영화관 터줏대감의 명맥은 완전히 끊기는 셈이다. 이제 ‘극장’이란 단어에는 ‘인생과 추억’의 장소가 아니라 ‘영화를 보는 곳’이라는 기능적인 의미만 남게 되는 건 아닐까.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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