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문화, 스크린쿼터 축소반대 농성장 찾았다 곤욕

  • 입력 2006년 5월 2일 03시 00분


김명곤(金明坤·사진) 문화관광부 장관이 1일 오후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천막 농성장을 찾았다.

3월 27일 장관 취임 이래 스크린쿼터 문제와 관련해 영화인들과의 만남을 추진했던 김 장관이 “농성 현장을 방문한다면 굳이 막지 않겠다”는 영화인들의 답을 듣고 문화부 청사 옆 광화문시민열린마당의 농성장을 찾은 것. 이날 만남에는 정지영, 이춘연 대책위 공동위원장과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신우철 영화인협회 이사장, 김형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1시간여에 걸친 대화는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김 장관은 “과거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 영화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영화감독인 정 공동위원장은 “영화인 출신 장관이라 배신감이 더 컸다”고 맞받았다.

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영화인으로서의 생각과 장관의 입장은 다르다며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을 꼬집은 것이다.

영화인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결렬될 경우 스크린쿼터를 원상회복하겠는가”라고 묻자 김 장관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가정을 두고 얘기하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김 장관은 앞으로 어떻게 한국 영화를 진흥할지에 대해 영화계의 의견 수렴을 했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장관의 원론적인 설득이 계속되자 한 영화인은 “영화계의 적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장관 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고 농성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쏟아지는 등 분위기가 격앙됐다.

그러나 이날 만남에 대해 김 장관은 “영화인들을 만나서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계속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에 배석했던 위옥환 문화부 문화산업국장은 “4일에도 서울 중구 타워호텔에서 영화인 초청 오찬간담회를 여는 등 환영받지 못하더라도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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