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야릇하게도, 3편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주인공 이단(톰 크루즈)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겠다는 ‘쿨(cool)’한 전문가주의에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를 살려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핫(hot)’한 심정으로 움직인다. 이단이 흘리는 땀과 눈물에서 배어 나오는 짠맛은 액션과 드라마가 서로 찰싹 달라붙은 채 미친 속도로 질주하게 만드는 추진력이 된다.
올해로 44세인 톰 크루즈가 여전히 액션배우로서 끔찍할 만큼 멋지게 보이는 것도, 영화 속 이단의 모습이 어쩌면 여배우 케이티 홈스를 사랑하는 ‘자연인’ 톰 크루즈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도, 주인공 이단의 약혼녀인 줄리아(미셸 모너헌)가 장식품 같은 ‘본드 걸’의 지위를 넘어 하나의 특별한 인격체로 여겨지는 것도, 모든 영화적 순간을 주인공 이단의 내면과 꼼꼼히 대화하도록 만든 이 영화의 전리품이다.
일선에서 물러나 특수요원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맡고 있는 이단. 그는 사랑하는 여인 줄리아와의 결혼을 앞뒀다. 약혼식 날 이단은 본부의 급작스러운 호출을 받고 출동해 국제적인 정보 암거래상 오웬(필립 시모어 호프먼)을 납치하는 데 성공하지만, 호송 과정에서 오웬은 본부 내 누군가의 도움으로 탈출한다. 오웬은 줄리아를 붙잡고 48시간 안에 극비정보를 넘겨 주지 않으면 그녀를 처치하겠다고 위협한다. 결국 이단의 눈앞에서 오웬은 방아쇠를 당긴다.
사실, 영화의 세부장면들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기시감(旣視感)을 불러일으킨다. 바다 위 고립무원의 다리에서 전투기의 폭격을 받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은 ‘트루 라이즈’를 떠올리게 하고, 초고층 빌딩의 경사진 유리지붕을 위험천만하게 미끄러져 내려오는 이단의 모습은 청룽(成龍)의 비슷한(하지만 훨씬 경황없는) 액션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재료보다 중요한 건 요리법이다. 레고 놀이가 얼마든지 창조적일 수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고만고만한 조각들을 긁어모아서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재조합한다. 부쩍 늘어난 클로즈업과 이단의 곁에 바싹 밀착해 민첩하게 움직이는 카메라는 관객으로 하여금 전편보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액션장면을 체험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이 영화가 아름다운 또 다른 이유는 2억 달러(약 20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이고도 돈 쏟아 부은 티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꼭 필요한 얘기를 꼭 필요한 만큼만 하겠다는 이 영화의 자기절제적인 태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중국 상하이를 종횡무진하지만 영화는 스스로 감당할 만큼의 현지 공기만을 착착 따와 붙이는 군더더기 없는 편집을 통해 호흡의 긴박감을 잃지 않는다.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사랑. 이번엔 ‘미션 임파서블 3’를 살렸다. ‘로스트’ ‘앨리어스’ 등의 TV 시리즈를 연출한 J J 에이브램스의 감독 데뷔작. 15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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