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위한 변주곡 ‘호로비츠를…’vs 액션 롤러코스터 ‘짝패’

  • 입력 2006년 5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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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로 착각할 듯한 줄거리가 장기이지만 와이드 화면으로 소화하기에는 이미지가 빈약한 ‘호로비츠를 위하여’. 사진 제공 싸이더스FNH
실화로 착각할 듯한 줄거리가 장기이지만 와이드 화면으로 소화하기에는 이미지가 빈약한 ‘호로비츠를 위하여’. 사진 제공 싸이더스FNH
‘짝패’와 ‘호로비츠를 위하여’가 이번 주에 시사회를 열면서 ‘한국영화 홍수’라는 4, 5월 개봉 일정에 합류했다. 25일에 동시 개봉되는 두 영화의 차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짝패’는 줄거리보다 이미지에, ‘호로비츠…’는 이미지보다는 줄거리에 치중했다는 점.

▼호로비츠를 위하여▼

제목만 보면 외화 같지만, 엄정화가 나오는 한국 영화다. ‘호로비츠’는 여주인공이 영웅으로 삼는 20세기 러시아 출신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의 이름이다.

한때 유명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이제는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김지수(엄정화). 그가 불우하지만, 피아노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소년을 만나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키운다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초점은 소년보다는 김지수에 맞춰 있다. 자의식 강하고 자기 인생이 안 풀리는 건 남의 탓이라 생각하며 매사 불만투성이였던 새침떼기, 여기에 정신적 허영까지 있었던 여주인공이 도무지 자기 인생에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년과 만나 세상과 삶을 알아간다는 내용이다. 진정한 가르침이란, 스승이 제자에 대한 욕심을 버릴 때라는 것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지혜다. 보기 드문 음악영화인 데다 가정의 달 5월에 맞는 콘셉트다.

하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말이 아니라 이미지로 전해 주는 것이다. 주인공의 내면 변화를 공감하기에는 영상이 치열하지 못하다. 기본기에 너무 충실하려다 보니 긴장감을 놓쳤다. 정형화된 아역배우의 연기는 건조함을 가져다 준다. 전체 관람 가.

▼짝패▼

한국 액션영화에 새로운 영상미를 선보였지만 이야기가 빈약한 ‘짝패’. 사진 제공 외유내강
비록 후반부에 칼이 등장하긴 하지만 ‘맨주먹 싸움의 미학’을 말하는 액션영화다. 이 시대 맨주먹의 의미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느리고 먼지가 날리고 땀과 피가 흐르고. 총 한방이나 와이어 혹은 컴퓨터그래픽(CG) 같은 것들로 깔끔하게 승부를 가를 수 있건만, 굳이 ‘몸’으로 상대와 길게 싸우는 것을 영상으로 보여 주겠다는 감독의 강박은 ‘폭력’이라는 외피를 쓰긴 했지만, 또 다른 의미의 순수에 대한 희구처럼 보인다.

평소 ‘액션 키드’를 자처해 온 류승완 감독과 주요 영화에서 무술 지도를 해 온 정두홍 무술감독이 주연한 ‘짝패’는 작심하고 만든 한국 액션영화다. 친구의 죽음으로 고향에 모인 사내들이 복수에 나선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를 축으로 무술액션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연출이 아닌 진짜 치고 받는 힘이 느껴지는 격투 신들은 한국적 액션 미학을 담아 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에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군상과 벌이는 두 남자의 몸을 던진 액션 연기는 한국 액션 영화사에 기록될 만하다. 걸쭉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와 느물느물한 이범수의 실감 연기도 활력을 준다.

하지만 빈약한 이야기는 곳곳에 틈을 주고 게다가 수많은 사람의 이미지에 각인된 영화 ‘킬 빌’에서 흔하게 본 듯한 이미지들의 빈번한 차용은 그들이 지향했던 한국적 땀의 미학에 대한 가치를 순식간에 무화시켜 버린다. 18세 이상 관람 가.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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