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레밍’&‘안소니 짐머’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지난해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레밍’. 사진 제공 스폰지
지난해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레밍’. 사진 제공 스폰지
청춘 스타 소피 마르소를 추억할 수 있는 영화 ‘안소니 짐머’. 사진 제공 스폰지
청춘 스타 소피 마르소를 추억할 수 있는 영화 ‘안소니 짐머’. 사진 제공 스폰지
▼억눌린 본성의 폭발…‘레밍’▼

합리적 이성과 통제력이란 게 얼마나 허약한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까. 지난해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레밍’은 철학적 사유를 즐기는 프랑스인들답게 줄거리가 아닌 질문 위주로 영화를 만들어 냈다.

우리가 교과서처럼 받아들이는 이성과 자제력이란 것도 결국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배려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자기 내면의 본성을 죽이는 일이라는 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결국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다분히 관념적인 내용이다 보니 이야기 전개는 좀 황당하다.

주인공 알랭은 유능한 홈 오토메이션 디자이너이지만 어떤 황당한 상황에서도 ‘화’를 내는 법이 없다. 집으로 초대한 사장 부부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깽판을 부려도, 사장 아내가 자신을 유혹하며 갖고 놀아도, 급기야 그녀가 자신의 집에서 자살을 해도,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아내가 사장과 놀아나도 그는 그저 나직한 목소리와 절제된 표정으로 상황을 받아들일 뿐이다. 그렇다고 그가 정말 초연한 것은 아니다. 그는 그저 감정을 표현하고 내뱉는 일에 서툰 사람이었다. 자기보다는 남의 감정에 철저히 길들여졌던 그는 마침내 이성의 강박이라는 사슬을 끊고 본능에 충실한다. 미운 사람을 죽여 버리는 다분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히치콕을 잇는 고전적 서스펜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여러 면에서 낯설다. 분명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주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역으로 스크린에서 제대로 구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 준다.

레밍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만 서식한다는 쥐의 이름. 매사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주인공의 사고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종의 영화적 장치이자 은유다. 17일 개봉. 15세 이상.

▼소피 마르소의 추억…‘안소니 짐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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