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월드컵과 관련된 미디어의 집중 보도를 놓고 이야기가 많다. 비정상을 넘어 광기라는 주장도 있고 돈벌이에 눈이 먼 상업주의의 극치, 배타적 민족주의의 양산,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도구라는 비판도 있다. 객관 보도, 균형 보도라는 중요한 저널리즘적 가치가 실종되고 사람들을 월드컵 경기에만 몰두케 하여 다른 중요한 사회적 의제들을 잊게 만든다고도 한다.
조금 진부하기는 하지만 지난 몇 주간 방송사들의 비정상적 월드컵 다걸기(올인) 편성을 보면 수긍이 가는 비판들이다. 특히 채널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빼앗아 버린 과잉 편성은 시청자 주권 침해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이런 미디어의 잘못을 아둔하고 위험스러운 군중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것은 과하다. 대한민국은 정신 나간 인종주의자들의 나라도 아니고 이웃을 위협하는 극우 민족주의 제국주의 국가도 아니다. 나치 치하의 1936년 베를린 올림픽과 월드컵 열기를 연결짓는 식의 논리 비약은 그래서 지나치다.
물론 한국의 월드컵 열기만은 분명 남다르다. 다른 큰 나라들의 월드컵 열기도 우리만 하지 못하다. 그러나 특별하다 해서 항상 문제인 것은 아니다. 더욱 그 특별한 열기가 미디어 때문에만 빚어지는 것도 아니다.
‘작은 나라의 큰 열망.’ 2004년 유럽 축구선수권대회의 국가별 언론 보도를 비교 분석한 한 논문의 제목이다. 축구는 의외성이 큰 스포츠다. 큰 나라를 이겨 보고 싶은 작은 나라의 열망이 월드컵 경기에는 있다. 작은 나라의 월드컵 열기가 큰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다. 운이 좋아야 4년에 한 번씩 가지게 되는 작은 나라의 이런 열망 그 자체는 크게 위험시할 것이 못된다.
방송사들의 이번 월드컵 관련 일탈은 유례없이 치열한 미디어 간 경쟁으로 특징 지워지는 우리나라 언론 환경의 소산이다. 하지만 광적인 방송사의 잘못 때문에 대중의 축제가 광란으로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 대중은 생각만큼 아둔하지도 위험하지도 않다.
안민호 교수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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