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가 추천권을 갖는 6명으로는 한나라당의 경우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교수, 강동순 KBS 감사, 전육 전 중앙방송 사장 등 3명이 확정됐다. 열린우리당 몫으로는 임동훈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이사장과 최민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상임대표가 추천됐고, 나머지 1명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의 정보통신정책특보를 지낸 성영소 전 한국통신문화재단 이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3명은 이상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노 대통령의 언론특보를 지낸 이춘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 김동기 변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는 이 중 전육 강동순 성영소 이춘발 씨의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26과 27일 잇달아 발표한 성명에서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감안할 때 이춘발, 성영소 씨는 노 대통령 후보 시절 특보를 지낸 사실 자체만으로도 방송위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육 전 사장에 대해서는 “중앙일보 그룹의 73개 계열사 중 하나인 중앙방송 사장을 지냈고, 1997년 대선 당시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내며 대선 정국 관련 정보를 홍석현 당시 대표이사에게 보고한 인물”이라고 반대 사유를 밝혔다. 강동순 감사에 대해서도 “KBS 내부 문서를 외부에 유출한 의혹을 받아 방송계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라며 위원 선임에 반대했다.
언론노조 소속인 방송위 노조도 27일 별도로 성명을 내고 “이춘발 씨를 고집하는 청와대는 제정신인가. (한나라당은) 강동순 씨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두 사람의 위원 추천을 강력히 반대했다.
3기 방송위원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민언련 출신이 2명 포함돼 있어 언론운동단체가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기관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민언련 고문을 맡고 있는 이상희 이사장은 장관급인 방송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고 최민희 상임대표는 차관급인 상임위원에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기 방송위원 가운데 이효성 부위원장과 성유보 상임위원도 민언련의 이사와 이사장 출신이다. 이 이사장과 최 상임대표가 알려진 대로 위원장과 상임위원에 임명될 경우 민언련은 장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을 4명 배출한 시민단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민언련은 그동안 방송위원 자격 조건으로 전문성, 도덕성, 시청자 대표성, 정치적 독립성 등을 내세우고 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특정 인사에 대해 이 기준을 적용해 추천을 반대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과 최 상임대표의 ‘입각’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 방송 전문가는 “정부와 거리를 두고 방송정책을 감시하고 모니터해야 할 시민단체가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한다면 변혁의 잠재력을 잃고 국가 권력에 동원될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시민단체는 비정부기구(Non Government Organization)가 아니라 친정부기구(Near Government Organization)라고 해야 맞다”고 꼬집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방송 통신 융합 시대를 맞아 방송과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방송위원이 돼야 한다”며 “3기 방송위원이 정치적으로 구성되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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