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첫 자막을 내보낸 건 민영방송인 SBS. SBS는 NHK보다 30분 뒤인 오전 4시 59분 “일 NHK, ‘북한 미사일 발사’ 보도, 오늘 새벽 3시 32분, 동해상에 떨어져”라는 첫 자막을 내보냈다. 오전 5시 6분 MBC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공영방송 KBS2는 오전 5시 27분에야 “북, 동해안에 미사일 2발 발사”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NHK가 첫 자막을 내보낸 시간보다 한 시간이 지난 뒤였다. KBS2는 단 한 차례 자막방송을 내보낸 뒤 별다른 후속 보도 없이 월드컵 중계를 계속했다. KBS는 오전 5시 56분 1TV ‘뉴스광장’ 시간이 돼서야 북한 미사일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월드컵 시작 전부터 지상파 방송 3사는 정규방송을 줄줄이 포기하고 똑같은 화면을, 똑같은 시간에 방송해 월드컵에 ‘다걸기(올인)’한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MBC, SBS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지만 국가기간방송인 KBS까지 월드컵을 통한 시청률 경쟁에 휩쓸려 들어간 것에 대해 시청자 주권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KBS 관계자는 이날 첫 보도가 늦어진 데 대해 “NHK 보도만 믿을 수 없어 확인 작업을 거치는 등 신중을 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처럼 긴급한 사안을 확인하고 전하는 데 이렇듯 시간이 걸린다면 국가기간방송인 KBS가 국민안위와 관련된 비상사태를 보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게다가 속보자막조차 한 번밖에 내보내지 않은 것은 안보불감증으로밖에 해석할 여지가 없다.
올해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제 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151억 원의 국고 보조를 받게 된다. 국민의 머리 위에 미사일이 떨어질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월드컵 중계에만 매달리는 공영방송이라면 무엇을 위해 혈세를 털어 지원을 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서정보 문화부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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