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열흘간의 ‘시네마 천국’…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

  • 입력 2006년 7월 13일 02시 59분


13일부터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 ‘삼거리 극장’. 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소녀 소단은 사라진 할머니를 찾아 낡은 삼거리 극장에 갔다가 매표소 직원으로 취직하게 되고 늦은 밤 극장 안에서 혼령들을 만나게 된다. 혼령들은 낮엔 극장 직원으로, 밤에는 혼령의 모습으로 춤과 노래의 향연을 펼친다. 전계수 감독의 작품. 사진 제공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
13일부터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 ‘삼거리 극장’. 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소녀 소단은 사라진 할머니를 찾아 낡은 삼거리 극장에 갔다가 매표소 직원으로 취직하게 되고 늦은 밤 극장 안에서 혼령들을 만나게 된다. 혼령들은 낮엔 극장 직원으로, 밤에는 혼령의 모습으로 춤과 노래의 향연을 펼친다. 전계수 감독의 작품. 사진 제공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
22일까지 경기 부천시는 ‘영화 세상’이다.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가 13일부터 부천시청사와 부천시민회관, 복사골문화센터, 프리머스 부천 등 7개 상영관에서 열린다.

세계 35개국의 영화 251편(장편 150편에 단편 101편)이 상영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규모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몇 가지 변화를 모색했다. 이 영화제의 한상준 수석 프로그래머는 “호러, 스릴러, SF 영화를 중심에 놓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드라마가 돋보이는 작품들의 비중을 확대했다”며 “특별전에 강한 PiFan의 명성에 맞게 9개의 특별전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개막작은 전계수 감독의 ‘삼거리 극장’.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뮤지컬 판타지다. ‘로키 호러 픽처 쇼’와 ‘오페라의 유령’을 섞어 놓은 듯한 영화로 환상성과 축제 분위기를 중시하는 PiFan의 개막작으로 잘 어울리는 수작이라는 게 한 프로그래머의 설명.

폐막작은 홍콩 펑하오샹 감독의 ‘이사벨라’. 이 작품은“‘남과 여’의 클로드 를루슈와 ‘중경삼림’의 왕가위를 합쳐 놓은 감독”이라는 평에 걸맞게 매혹적 영상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음악상을 받았다.

영화제는 호러 코미디물 위주의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 판타’,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적합한 ‘패밀리 섹션’ 등 장르별로 나뉘어 진행돼 입맛에 맞게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특별전 가운데는 ‘프리츠 랑 콘서트’가 주목된다. 무성영화에 맞춰 현장에서 밴드가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호러 영화 팬이라면 이탈리아 공포전을 추천한다. 이탈리아 호러 영화계의 전설적인 부자(父子)인 마리오 바바, 람베르토 바바의 대표작 8편이 상영된다. 올드팬은 오드리 헵번 특별전에 눈이 갈 듯.

10주년 특별행사로 ‘반지의 제왕’ ‘킹콩’ ‘나니아 연대기’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회사인 뉴질랜드 ‘웨타 워크숍’의 전시회도 열린다.

1997년 시작된 PiFan은 ‘젊은 영화제’로서 그 동안 영화관람 문화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마라톤 하듯 밤새워 영화를 감상하는 ‘심야상영’과 영화 감상 뒤 관객과 밴드가 함께 음악의 바다에 빠져 드는 ‘시네 록 나이트’ 등이 PiFan을 통해 뿌리내렸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의 해촉을 둘러싸고 파행을 겪기도 했다. 이에 영화인들이 반발해 부천과 서울에서 두 개의 영화제가 같은 기간에 열렸다. 이후 개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영화인회의를 비롯한 3개 단체가 지난해의 보이콧을 사실상 철회했다. 그 결과 한국영화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개막작과 단편을 포함해 모두 67편의 한국영화를 상영한다. www.pifan.com, 032-345-6313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 볼 만한 영화 5▼

○프리츠 랑 콘서트

독일 표현주의 시대의 거장 감독 프리츠 랑의 무성영화 4편을 소개. 국내 음악가들이 현장에서 반주 음악을 연주하는 이색 기획전이다. 대중음악인 정차식이 명작 ‘메트로폴리스’에 록 음악을 덧붙이고, ‘니벨룽의 노래’가 상영될 때는 젊은 국악인 이자람이 판소리를 들려 준다. 올해 PiFan이 내놓는 가장 야심 찬 기획물.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 13편

대형화면을 통해 현대를 대표하는 호러 영화 13편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다리오 아르젠토, 토비 후퍼, 존 카펜터, 미이케 다카시 등 공포 영화를 이끌어가는 13인의 감독이 각각 1시간 길이로 ‘엄청나게 무서운’ 작품을 만들었다. 지난 1년간 수많은 세계영화제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시리즈물이다.

○그리즐리 맨

독일의 명감독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 알래스카 그리즐리 곰들과 생활하던 중 여자친구와 함께 곰에게 희생당한 환경운동가 이야기다. 감독은 환경운동가가 곰과 생활하던 일상을 찍은 필름을 토대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헤어초크 감독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수작.

○이브와 파이어호스

중국계 캐나다인인 줄리아 콴 감독이 체험을 토대로 만든 데뷔작. 가톨릭과 불교와 중국 전통신앙이 혼재된 환경 속에서 자라는 소녀들이 겪는 문화적 혼돈과 정체성의 문제를 유머와 서정을 통해 재미있게 그려냈다. 역사상 처음으로(?) 이 영화 속에서 석가와 예수가 서로 껴안고 춤을 춘다.

○북의 영년

다카쿠라 겐, 요시나가 사유리 주연의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흥행감독으로 부상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대하 서사극. 홋카이도의 광활한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동토의 대지에서 노동력 하나에 의지해 살아가는 민초의 고난과 슬픔을 애잔한 정조로 그려 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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