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인은 ‘주몽’에서 병기를 만드는 순박한 야철대장 모팔모 역을, ‘연개소문’에서 포악한 당나라 장군 계필하력 역을 맡아 서로 다른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모팔모는 부여의 철기 생산을 이끌고 주몽을 보필하는 비중 있는 배역. 항상 실수가 많고 여린 주몽을 걱정하며 돕는 역할로 해맑은 웃음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하지만 계필하력은 매서운 눈빛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군사들을 호령하며 고구려 침략에 온몸을 바치는 악역. 초반에 얼굴을 비친 뒤 중반 이후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주몽’에서는 고구려의 건국을 돕고, ‘연개소문’에서는 고구려를 멸망시키기 위해 달려드는 셈이다.
“두 작품이 당초 같은 시간대(월화)에 편성돼 고민했으나 ‘연개소문’이 주말극으로 바뀌면서 둘 다 출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캐릭터가 극과 극이어서 하나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모팔모와 계필하력의 표정이나 목소리를 연기하는 데 헷갈리지 않느냐고 묻자 특유의 허스키 목소리로 “에이, 그렇지 않죠”라고 답했다.
‘주몽’에서는 무더위에 펄펄 끓는 대장간에서 철을 녹이는 장면을 찍고 ‘연개소문’에서는 말 타고 달리며 전투하는 위험한 장면이 많아 “이래저래 고생이지만 TV에서 서로 다른 두 얼굴을 갖고 사는 재미가 그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었을 때는 계필하력처럼 불같은 성격이었다. 그러나 50대 중반에 이른 요즘에는 모팔모처럼 마음씨 좋은 아저씨로 산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사람의 내면에는 계필하력이나 모팔모 같은 성격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다”며 “우리 같은 연기자들은 그것을 드라마에 맞게 끄집어내는 일을 잘할 뿐”이라고 말했다.
‘주몽’과 ‘연개소문’ 중 어느 배역에 더 끌리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떻게 내 입으로 말하느냐”며 웃어 넘겼다.
“둘 다 하고 싶었던 역할입니다. ‘주몽’은 퓨전 사극으로 작가들의 창작력이 기대되는 작품이고, 연개소문은 정통 사극으로 중국 중심의 역사를 뒤집어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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