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핑 멈’ 콩가루집안에 나타난 살벌한 해결사

  • 입력 200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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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개봉하는 영국 영화 ‘키핑 멈’은 권태로운 부부생활, 섹스에 탐닉한 10대, 왕따 등 세대별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한 가족을 통해 보여 준다. 사진 제공 프리비전 엔터테인먼트
14일 개봉하는 영국 영화 ‘키핑 멈’은 권태로운 부부생활, 섹스에 탐닉한 10대, 왕따 등 세대별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한 가족을 통해 보여 준다. 사진 제공 프리비전 엔터테인먼트
‘키핑 맘(Keeping mom)? 아니 키핑 멈(Keeping mum)!’

제목부터 헷갈리는 이 영화 ‘키핑 멈’. 얼핏 보면 ‘엄마 지키기’라는 휴먼 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웬걸. 속어로 ‘입 다물고 있기’라는 뜻이란다. 뭘 잘못했기에. 제목만 봐선 강하거나, 아니면 어이없는 ‘포스(force)’가 예상된다.

102분짜리 영화는 잘 빻은 ‘콩가루’ 집안이 화목한 ‘금가루’ 집안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배우 로언 앳킨슨이 ‘하나님’밖에 모르는 목사 월터로 등장하고, 목사의 아내 글로리아(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는 무료한 부부 생활에 싫증이 나 골프 강사 랜스(패트릭 스웨이지)와 바람을 피운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17세 딸은 취미이자 특기가 ‘남자친구와 섹스하기’고, 아들은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왕따)을 당한다.

그러던 이들이 가정부 그레이스(매기 스미스)가 집에 들어온 뒤 돌변한다. ‘따분 남(男)’ 월터가 개그맨 뺨치는 위트를 발휘하고, 바람 난 아내는 월터를 다시 찾는다. ‘색녀’ 같던 딸은 요리에 취미를 붙이고, ‘왕따’ 아들은 친구들에게 당당해진다.

‘왜 그럴까?’라고 느낄 새 없이 영화는 그레이스 때문이라는 해답을 계속 얘기해 준다. 그는 가정부보다 월터 목사 가족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결사로 활약한다. 자전거 브레이크 줄 끊고 달아나기부터 시체 유기까지…. ‘가냘픈 할머니가 어떻게…’라고 느끼는 순간 관객들의 머리엔 영화의 첫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영화는 내숭 떨지 않는다. 플롯도, 줄거리도 확연히 드러난다. 보고 난 뒤 느낌이 뒤숭숭한 건 바로 ‘밀고 당기기’가 없다는 것. “‘미스터 빈’이 나온대”라며 기대하는 건 금물. 크게 배꼽 잡을 일은 없다. 영국산 ‘블랙 코미디’라는 이 영화엔 ‘코미디’는 없고 ‘블랙’만 있는 듯하다. 마지막 반전이 있다고 하지만 ‘식스센스’ 급은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그러나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뭔가 계속 일이 터진다. 소재가 다양한 만큼 세대별로, 직업별로 느끼는 감흥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몇몇 반응을 가상으로 구성해 봤다.

○1 15세 중학생: “우아∼ 우리집에도 저런 가정부 할머니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날 괴롭히는 친구들도 해결해 주고 정말 든든할 텐데….”

○2 30대 중반의 유부녀: “어머, 패트릭 오빠 오랜만! 오빠도 이제 중년이구나, 얼굴에 주름도 파이고…. 근데 저 늘씬한 몸매랑 울퉁불퉁한 가슴 계곡 좀 봐! 여보, 당신도 운동 좀 해.”

○3 ○2번 아내를 둔 40대 남편: “저런 철없는 아내 좀 보소. 하여튼 조금만 틈을 주면 글로리아처럼 딴 생각 한다니까.”

○4 전과자: “그레이스 할머니는 연장도 없이 프라이팬하고 다리미로 사람을 해치우네. 저렇게도 죽일 수 있구나….”

○5 목사: “후유∼ 신도들 앞에서 설교할 때 나만 재미없었던 건 아니었군….”

14일 개봉. 15세 이상.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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