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鄭사장 연임위한 人事”

  • 입력 2006년 8월 4일 03시 02분


방송위원회(위원장 이상희)는 3일 김금수 전 노사정위원장 등 11명을 KBS 이사로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KBS 이사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송위는 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로 구월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 등 9명을 선임했다.

방송위는 지난달 28일까지 8일간 공모를 거쳐 접수한 KBS 이사 83명과 방문진 이사 49명의 후보 중 법조 방송언론 여성 등 각 분야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감안해 이사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가에서는 전문성이나 대표성보다 여야 6 대 3 나눠 먹기 식으로 구성된 방송위(9명)의 정파적 구도가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정연주 KBS 사장의 연임을 위한 인선인가?=KBS 이사회는 이수근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춘호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방석호 홍익대 법학과 교수 등 3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친여권 인사라는 게 방송가의 분석이다.

KBS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이사회는 정 사장 연임과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방송위와 정치권의 야합으로 규정한다”며 “KBS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현저히 훼손한 인사”라고 밝혔다.

새 이사들은 이르면 다음 주 중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는 대로 정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이춘발 지역신문발전위원장이 추천을 받은 것도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방송위원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으나 언론특보 경력 때문에 방송위 노조가 거세게 반대했다.

신태섭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공동대표였던 최민희 씨가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데 이어 신 교수도 KBS 이사로 거론되자, KBS 노조는 2일 “민언련이 언론시민운동단체가 아니라 거대한 권력으로 변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방문진도 친여 인사 다수”=방송계에서는 방문진 이사진도 구월환 이사 등 한나라당이 추천한 3명을 제외하면 친여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고 지적한다.

김정란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로부터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와 함께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하는 지식인’으로 평가받았다. 김 교수는 2004년 대통령 탄핵 때 “쓰러진 대통령을 일으켜 세워 우리와 함께 걸어가자”며 탄핵을 쿠데타로 규정하기도 했다. 유임된 이옥경 이사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미경 열린우리당 의원의 언니다.

MBC 사장 임면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회가 새로 구성됨에 따라 최문순 사장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최 사장의 임기는 1년 반 남아 있으나 최근 MBC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비판 보도를 잇달아 하면서 정부와의 관계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새 이사진에는 최 사장에 우호적인 이들도 있으나 여권과 코드가 맞는 이들도 많아서, 상황에 따라 (최 사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설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겨레신문 출신이 3명 기용됐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다. KBS 이사로 추천된 김금수 전 위원장은 논설위원을, 조상기 씨는 편집국장을 지냈다. 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조영호 씨는 전무를 지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