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개봉하는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질척거리고 산뜻하지 못한 사랑, ‘쿨’하지 못한 남루한 인생들이 그려내는 얘기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갈비집 일을 돕는 영운(김승우)에게 어느 날 술집 아가씨 연아(장진영)가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 하며 들이대고 그날 이후 시끌벅적한 연애가 시작된다. 욕하고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침대에서 뒹구는 이들의 사랑은 가벼운 장난 같다. 그러나 영운에겐 이미 참한 약혼녀가 있고 결혼을 피할 수 없는 영운은 연아를 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연아는 그를 잊지 못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사는 욕이다. 영운의 친구들은 술 먹고 노름하며, “나중에 어찌 되나 보려고” 인생을 살아가는 존재들. 김해곤 감독은 밑바닥 양아치 정서를 꿰뚫고 있는 듯하다. 그런 인생 사이에도 계급은 존재한다. 연애에는 계급이 없지만 결혼에는 계급이 있는 법. 영운이 어머니에게 “내가 미쳤어? 술집 년이랑” 하듯 백수나 다름없는 그와도 ‘나가요’인 연아는 맺어질 수 없는 계급이다. 그래서 제일 슬픈 사람이다.
연아가 바락바락 소리 지르며 욕할 때는 악만 남은 밑바닥 인생의 오기가 느껴져 후련하면서도 처연하다. 인터뷰마다 “배역에 몰입하기 힘들었다”고 한 장진영은 깜찍한 내숭쟁이거나 훌륭한 배우다.
김승우도 현실에선 다르겠지만, 능글능글한 못된 남자 역에 ‘딱’이다. 영화 마지막 두 배우의 눈물연기는 가슴에 ‘팍’ 꽂힌다.
영화는 결국 신파가 된다. 연아는 몸 주고 마음 주고 사랑도 줬지만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 씩씩한 척하던 연아가 남자한테 당하고 울고불고하는 면에선 1970년대 호스티스 영화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사랑도 인생도 원래 신파인 것을. 18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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