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개봉한 ‘내 청춘에게 고함’은 주말까지 1만4000명을 모았고 지난달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 김기덕 감독의 ‘시간’도 지난 주말까지 2만2000명이 들었다. 특히 일본 영화 ‘유레루’는 작은 영화 사이에서는 ‘괴물’로 평가된다. 개봉 5일 만에 ‘인디영화의 1000만 관객’으로 인정받는 1만 명을 넘긴 데 이어, 최근 3만5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1만 명을 넘긴 작은 영화가 없었던 데 비해 이 같은 변화는 ‘작은 영화의 힘’으로 평가된다.
○ 재미-연기력 겸비 일본 인디영화 앙코르
대부분의 작은 영화는 개봉관을 쉽게 구하지 못한다. ‘내 청춘에게 고함’의 제작사 이모션픽쳐스의 박상백 팀장은 “홍보가 좀 됐는데도 상영관이 적어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관객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필름포럼, 씨네큐브, CGV 인디관 등 작은 영화만 하는 상영관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관객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일본 영화. 영화사 스폰지 조성규 대표는 “일본 인디영화들은 예술영화처럼 머리 아프지 않고 A급 배우들도 인디영화 출연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상업적”이라고 말했다. 7월부터 스폰지가 주최한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은 국내에서 미개봉된 일본 인디영화 10편을 상영하는 행사로 좌석 점유율 80%를 기록해 18∼27일 앙코르 상영된다.
‘유레루’의 흥행에 대해 영화평론가 황영미(숙명여대 교수) 씨는 “섬세한 감정선을 잘 살려낸 수작인 데다 꽃미남에 머물지 않고 내면 연기를 잘 해낸 주연 배우 오다기리 조의 인기에도 힘입었다”고 분석했다. ○ 전쟁-심리-다큐 등 취향따라 골라 보는 맛
이달에 개봉을 앞둔 작은 영화들의 흥행 성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7일과 8일 각각 개봉하는 ‘호텔 르완다’와 ‘폴리스비트’는 아프리카인이 주인공. ‘호텔 르완다’는 1994년 르완다 내전 당시 100일간 1268명의 목숨을 지켜낸 폴 루세사바기나의 실화를 다룬 아프리카판 ‘쉰들러 리스트’다. 아프리카의 비참한 사건을 통해 인간의 인간에 대한 증오와 분노, 겉으로만 도와주는 체하는 서방국가들의 비정함 등을 생각하게 한다.
‘폴리스비트’는 세네갈에서 온 이민자이자 시애틀 경찰인 Z가 6박 7일간 체험하는 범죄의 현장과 그의 내면의 기록이다. 범죄영화 같지만 가정폭력 자살 살인 같은 현장들은 단절된 장면으로만 나오고 여자 친구 생각으로 가득 찬 주인공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영어로 얘기하지만 독백에서는 서아프리카 공용어인 ‘월로프’가 영어 자막과 함께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초현실적인 측면을 미묘하면서 유머러스하게 드러낸다”고 평했다. 28일에는 제10회 부천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이사벨라’,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영화화한 ‘댈러웨이 부인’ 등이 관객을 찾아온다. 29일에는 한국 인디영화 ‘팔월의 일요일들’이 개봉된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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