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단골 소재로 다루는 명절 드라마에 이혼이나 별거 가정이 나온 지는 꽤 됐다. 올해 추석에는 더 나아가 불임 부부의 고통이나 국제 결혼으로 태어난 혼혈인 아이의 소외 문제를 다룬 드라마들이 선보인다.
SBS가 7일 방영하는 ‘깜근이 엄마’(오전 10시) 1, 2부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아홉 살 깜근이(김지한)가 주인공이다. 본명은 조명근이지만 얼굴이 검다고 깜근이라고 불린다.
깜근이는 아버지 조상목(이원종)과 둘이 산다. 엄마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필리핀으로 도망갔다. 우유부단한 아버지는 콩나물 국밥집을 하는 악바리 아주머니 이도순(견미리)과 결혼하고 이도순은 깜근이가 자기를 ‘엄마’라고 부르는 게 싫어 깜근이를 필리핀으로 보내려 한다. 깜근이를 연기하는 지한군은 실제로 필리핀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아다.
SBS가 5일 방송하는 ‘내 사랑 달자씨!’(오전 10시) 1, 2부에는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부부, 전 남편이 키우는 아이를 못 잊어 아파하는 이혼녀, 빚보증을 잘 못 서 전 재산을 날린 부부가 등장한다.
중학교 교장이던 강정길(박근형)이 식당을 하는 오달자(김해숙)를 재혼 상대로 데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난희(김성령) 영섭(김규철) 윤희(임성민) 세 남매는 촌스러운 새 어머니가 못마땅하다. 넉살 좋은 새 엄마는 개의치 않고 자기 역할을 하고,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세 남매는 어느새 새엄마에게 기대어 온다.
KBS2가 5일 방송하는 ‘무기여 잘 있거라’(오전 11시) 1, 2부는 ‘3일 굶어 담 넘기 직전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밑바닥 인생들의 고단한 삶과 일탈 욕구를 그렸다. 손을 다쳐 일자리에서 밀려난 노동자 천만석(권해효)이 젖먹이의 분유 값도 없어 눈물을 삼키다 비슷한 처지의 낙오자들과 혁명을 꿈꾼다는 이야기다.
고화질 영상에 문학 작품을 담아내는 KBS1 ‘HD TV 문학관’도 볼 만하다. 6일 오후 10시 김동리의 ‘등신불’, 7일 오후 10시 20분 이기호의 ‘나쁜 소설’, 8일 오후 10시 20분에는 심윤경의 ‘달의 제단’이 방송된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