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는 영화계에서 ‘대박은 안 나도 손해는 안보는’ 장르다. 제작비가 적게 들고 여성과 ‘데이트 족’이라는 고정 팬이 있기 때문. 그러나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장애물을 만나 아파하다가 이별하거나 한쪽이 죽는 멜로의 공식이 수없이 반복되다 보니 정체되고 식상한 장르로 여겨진다. 그래서 최근 멜로 영화들은 ‘멜로+α’로 ‘+α’에 승부를 건다. 남성 관객까지 끌어들이고 작품성도 인정받기 위한 것. 불치병? 신분의 차이? 이젠 안 통한다.》
○관객의 관심사와 아픔에 주목
9월 14일 개봉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지금까지 314만 관객이 들어 ‘너는 내 운명’(305만 명)이 갖고 있던 멜로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깼다. 송해성 감독은 “멜로 영화라는 생각을 안 하고 찍었다”고 말한다. 남녀 간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인간과 인간의 소통이라는 더 큰 주제로 몰고 가기에 둘의 사랑을 인간애로 해석하는 관점도 많다. 동시에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 논란도 촉발됐다.
작년에 ‘너는 내 운명’이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성공한 이유도 전형적 신파지만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이라는, 개인적 차원의 질병을 넘어 사회적 편견의 대상인 소재를 끌어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6일 개봉하는 ‘가을로’는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연인을 잃은 남자의 이야기다. 김대승 감독은 “삼풍 사고와 관련 없는 멜로 영화였다면 아마 시작도 안했을 것”이라며 “사고 자체보다 사고 이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사랑은 보편적인 소재지만 진부한 사랑타령에서 벗어나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동시대 사람들의 관심사와 아픔에 주목해야 한다.
○사랑의 방해물도 가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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