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알려진 그의 스타일대로 영화는 투박하다. 의도적으로 멋지게 보이려는 구석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평론가와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재미’ 있는 영화는 아니다. 평범한 청년이 역사의 영웅으로 변하는 것, 형제 간의 갈등을 드라마적 요소로 넣은 것 역시 자주 본 설정이다. 그러나 감독은 ‘어떻게’보다 ‘무엇’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꼬마 때부터 알고 지내던 소년을 밀고자라는 이유로 처형하게 된 데미언은 “조국이라는 게, 그렇게 할 가치가 있는 거겠죠?”라고 말한다. 같이 조국을 위해 싸우던 형제는 신념의 차이로 적이 되고 “넌 이상주의자” “형은 대영제국의 하인”이라며 공격한다. 형제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잉태한다. 신념이라는 게, 그렇게 할 가치가 있는 걸까? 감독의 대답은 명확하다. 게릴라군의 손톱을 뽑고 어머니 앞에서 아들을 때려죽이는 영국 제국주의의 만행과 고통 받는 아일랜드인의 얘기를 영화로 만든 켄 로치는 영국인이다. 이 또한 그의 신념일 게다. 2006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15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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