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룩한 척해야 통해” “사랑은 기술이 아니지”

  • 입력 2006년 11월 2일 02시 57분


16일 개봉하는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에서 주연을 맡은 백윤식(왼쪽)과 봉태규. 홍진환 기자
16일 개봉하는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에서 주연을 맡은 백윤식(왼쪽)과 봉태규. 홍진환 기자
사실 이 인터뷰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티격태격 부자 동철동(백윤식)-현(봉태규)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어르신’ 백윤식은 턱시도 차림으로 마치 삼장법사처럼 “허허허” 너털웃음을 연발하고 있고 그 옆 검은색 정장을 입은 ‘젊은이’ 봉태규는 자리가 비좁은 듯 쭈뼛거리며 물 잔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이 엄숙함을 깨기 위해 기자는 ‘떡밥’을 하나 던져 봤다. “누가 더 미남이라고 생각해요?”

“에휴, 선생님이 훨씬 미남이죠.”(봉태규)

“태규야, 넌 나 닮았다는 얘기 안 듣니? 그래도 태규 이 아이 참 괜찮은 애예요. 나한테 선생님 소리 꼬박꼬박 붙이니….”(백윤식)

“선생님이 인자하셔서 다행이에요. 처음에 무표정하실 때는 진짜 차가우셨어요. 그런데 촬영장에서 화 한 번 내신 적도 없고 현장 군기 잡으신 적도 없잖아요.”(봉)

“그런가? 난 후배 연기자들을 존중하는 편이지. 선배라고 막 대하면 쓰나. 난 ‘내추럴’한 스타일을 지키잖니.”(백)

‘내추럴’이라는 말에 웃는 두 사람에게 조금씩 화색이 감돈다. 마치 논문 제목을 연상케하는 영화 제목, 그리고 미남 배우보다 개성파 배우 쪽에 가까운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한다는 사실… 영화는 이미 비범함을 예고한다.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 “명시된 것보다 8m나 모자란다”며 제지 회사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자칭 ‘정의의 파수꾼’ 동철동. 그리고 그를 닮은 아들 동현은 모두 짝 없는 외기러기 신세. 그러던 어느 날 가슴이 깊게 파인 핑크색 원피스 차림의 이혼녀 미미(이혜영)가 나타나 이들의 집 아래에 술집을 차린다. 이때부터 두 부자는 라이벌 관계로 재정립, 화분으로 아버지 머리 명중시키기(동현), 포대자루 안에 아들 집어 넣어 꽁꽁 묶기(동철동)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서로를 방해한다.

“진짜라면 난리나지 않을까요? 병원에 입원하고 신문에 나오겠죠. 다만 전 동 부자가 부럽더라고요. 요새 우리 또래들 중에 누가 아버지랑 티격태격해요.”(봉)

“영화 속 동철동은 아버지라기보다 거의 친구죠. 사실 나도 애 둘을 키우는데 걔들하고 통해요. 우리 애들이 문제가 생기면 다 나한테 오더라고요. 허허허. 이런, 내가 너무 사생활 얘기를 하는 것 같네. 이거 특종을 드린 거 아닌가….”(백)

“근본 문제는 ‘여자’인 것 같아요. 작년부터 생긴 지론인데요, 남자는 너무 잘난 척하면 안 돼요. 제가 출연한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광태가 인기 많은 이유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죠.”(봉)

“아니지, 사랑은 ‘다이다이(1 대 1)’ 게임이야. 그 ‘필(Feel)’이 제일이야. 눈 맞으면 책에 나온 사랑 기술도 필요 없지. 책에 있는 대로 사랑을 하면 아휴∼ 골치 아파서 어떻게 사랑을 해 허허허….”(백)

어느새 아버지와 아들처럼 얘기를 주고받는다. “저 사실 2003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선생님 처음 봤어요. 그때 우리 같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잖아요”라며 웃는 봉태규. “저 사실 한 작품 할 때마다 어금니 부러질 정도로 꽉 깨물고 해요. 전 잘생긴 배우가 아니라서 ‘연기 못한다’는 평을 듣는 순간 제 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살얼음판 위에서 사는 것 같아 강박관념이 심하죠.”(봉)

“요즘 나더러 ‘제2의 전성기’라고 하더군. 난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아. 배우는 한도 끝도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이번 영화에서는 그간 ‘멘터’(‘타짜’ ‘싸움의 기술’) 역할을 많이 해서 이미지를 바꾼다고 바꿨는데 아직도 부족한 게 많아.”(백)

그러자 봉태규, 한숨을 쉬며 “아휴, 선생님이 부족하면 전…”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제야 점잖은 백윤식, 봉태규의 손을 잡으며 마지막 덕담을 전했다.

“얘, 너 사업(옷 가게)도 잘한다며? 계속 정진해라. 연기도 사업도 모두 긍정적으로 풀려야지. 우리 스타일은 너도 알다시피 내추럴하잖니!”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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