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김기덕 감독의 ‘파란대문’(1998), 임권택 감독의 ‘춘향전’(1999)을 거쳐 KBS2 ‘겨울연가’(2002)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활동해 왔지만 아쉽게도 떠오르는 대표작은 없다. 오히려 ‘살과의 전쟁’에서 패한 ‘코르셋’의 ‘투실이’만 기억될 뿐.
며칠전 지난해 시청자를 열광시킨 ‘삼순이’ 김선아가 출연한 CF를 우연히 봤다. ‘부은 몸’과 타고난 능청스러움을 밑천 삼아 국민스타로 발돋움한 김선아.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문득 ‘원조 삼순이’ 이혜은이 궁금해졌다. 아니 순서대로라면 김선아를 가리켜 ‘제2의 이혜은’이라 부르는 게 맞지 않나.
“행운이라 생각한 기회가 발목을 움켜쥘 줄이야…”
요즘이야 ‘섹시 글래머’라 해서 통통함이 건강미인의 대명사로 통용되지만 96년도엔 심은하, 고소영, 이영애 등 하늘하늘한 청순가련 여배우가 대세를 이뤘다. 그러니 이혜은의 부담스러운 풍만함(?)은 연기자로서, 또한 여자로서도 무척 파격적 이었다. 당시 미적 기준으로 보면 완전 ‘이건 아니잖아~’였다.
중앙대 연극학과에 재학중이던 이혜은은 “졸업을 앞두고 뚱뚱한 여주인공을 찾는다는 공고를 봤다. 재미있을 것 같아 오디션까지 약 한달 동안 7~8kg을 찌워 도전했다”며 ”제가 그때도 깡마른 체형은 아니었고 보통 체격이었다. 그래도 당시 참가자 중에선 왜소한 축에 속했다”라며 가볍게 입을 뗐다.
“제작진들이 제가 일부러 살을 찌웠던 게 기특했나 봐요. 운이 좋았죠. 그래서 지금까지 찌운 만큼 더 찌우기로 약속하고 총 15kg을 불려 촬영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두 달 만에 갑작스럽게 찌우고, 또 6개월 촬영 내내 그 몸매를 유지하려니 점차 관절이나 심장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죠.”
단순히 ‘배우 욕심’으로 출발한 이혜은의 ‘살과의 전쟁’은 이후 10년 가까이 그녀를 옭아맸다.
“다이어트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부족한 때라 무식하게 막 먹다 무작정 굶는 무대포 정신으로 체중조절을 했어요. 다이어트로 몸을 혹사시키면 요요 현상이 오고 그럼 또 미친 듯이 다이어트하고 그러다 스트레스가 쌓여 폭식하고. 이런 신체적 고행이 반복됐지요.”
“아예 살이 안 찌는 체질도 아니고 약 1년을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지금까지 원상복귀가 안 된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곁들이는 그녀의 낯빛엔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통통족 연예인으로 살아남는 법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