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많은 영화가 개봉됐지만 소수의 ‘대박’과 대부분의 ‘쪽박’으로 양극화돼 전체 수익률이 크게 악화되면서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는 28일 ‘조폭마누라3’를 끝으로 총 108편. 작년의 84편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제작하고 개봉을 못한 영화까지 포함하면 증가율은 더욱 커진다.
영화의 순 제작비를 30억 원으로, 마케팅과 필름 프린트 비용을 최소 15억 원으로 잡으면 손익분기점은 관객 160만 명 정도다. 즉, 200만 명은 넘어야 돈을 버는 것이다. 올해 관객 200만 명을 넘은 영화는 13편이지만 제작비와 비교해 계산하면 양상은 달라진다.
각 제작사 및 배급사에 따르면 수익률 50% 이상으로 크게 흥행한 영화는 지난해의 이월작인 ‘왕의 남자’ ‘작업의 정석’, 그리고 ‘투사부일체’ ‘달콤, 살벌한 연인’ ‘타짜’ ‘괴물’ 등이다. ‘가문의 부활’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30% 이상의 수익을 남겼다. ‘라디오 스타’ ‘음란서생’ ‘사생결단’ ‘청춘만화’ ‘맨발의 기봉이’와 상영 중인 ‘미녀는 괴로워’ 등은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흡혈형사 나도열’(관객 182만 명)과 ‘구세주’(185만 명)도 적지만 이익을 냈다.
반면 400만 가까운 관객이 든 ‘한반도’와 200만 관객을 넘긴 ‘비열한 거리’는 높은 제작비 탓에 이익을 내지 못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는 모두 크게 손해 봤다. 손해를 안 본 영화의 비율은 겨우 18% 정도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한국 영화 개봉 편수는 100편이고 관객은 서울 기준 2359만 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 개봉 편수는 75편, 관객은 2356만 명이었다. 개봉작은 25편이나 늘었는데 관객은 약 3만 명만 늘어난 셈.
한 영화 마케터는 “영화 캐스팅이나 크랭크인(촬영 시작) 기사가 확 줄면서 업계에선 ‘내년에 일이 없다’는 소문이 돈 지 오래”라며 “캐스팅을 해 놓고 투자가 없어 촬영을 못 하는 영화들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영화 제작사인 싸이더스FNH의 경우 올해 총 13편을 개봉했지만 내년에는 7, 8편을 개봉할 예정. 올해 5편을 개봉한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비슷한 편수로 개봉하거나 한두 편 줄일 예정이다.
쇼박스 한국영화투자 담당 마상준 부장은 “투자자로선 손해가 심각한 한 해였다”며 “내년에는 배우의 이름값보다는 이야기의 완성도에 더 집중하면서 신중한 투자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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