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영화 제작편수 확 준다

  • 입력 2006년 12월 28일 03시 05분


내년에는 한국 영화의 제작, 개봉 편수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많은 영화가 개봉됐지만 소수의 ‘대박’과 대부분의 ‘쪽박’으로 양극화돼 전체 수익률이 크게 악화되면서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는 28일 ‘조폭마누라3’를 끝으로 총 108편. 작년의 84편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제작하고 개봉을 못한 영화까지 포함하면 증가율은 더욱 커진다.

영화의 순 제작비를 30억 원으로, 마케팅과 필름 프린트 비용을 최소 15억 원으로 잡으면 손익분기점은 관객 160만 명 정도다. 즉, 200만 명은 넘어야 돈을 버는 것이다. 올해 관객 200만 명을 넘은 영화는 13편이지만 제작비와 비교해 계산하면 양상은 달라진다.

각 제작사 및 배급사에 따르면 수익률 50% 이상으로 크게 흥행한 영화는 지난해의 이월작인 ‘왕의 남자’ ‘작업의 정석’, 그리고 ‘투사부일체’ ‘달콤, 살벌한 연인’ ‘타짜’ ‘괴물’ 등이다. ‘가문의 부활’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30% 이상의 수익을 남겼다. ‘라디오 스타’ ‘음란서생’ ‘사생결단’ ‘청춘만화’ ‘맨발의 기봉이’와 상영 중인 ‘미녀는 괴로워’ 등은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흡혈형사 나도열’(관객 182만 명)과 ‘구세주’(185만 명)도 적지만 이익을 냈다.

반면 400만 가까운 관객이 든 ‘한반도’와 200만 관객을 넘긴 ‘비열한 거리’는 높은 제작비 탓에 이익을 내지 못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는 모두 크게 손해 봤다. 손해를 안 본 영화의 비율은 겨우 18% 정도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한국 영화 개봉 편수는 100편이고 관객은 서울 기준 2359만 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 개봉 편수는 75편, 관객은 2356만 명이었다. 개봉작은 25편이나 늘었는데 관객은 약 3만 명만 늘어난 셈.

한 영화 마케터는 “영화 캐스팅이나 크랭크인(촬영 시작) 기사가 확 줄면서 업계에선 ‘내년에 일이 없다’는 소문이 돈 지 오래”라며 “캐스팅을 해 놓고 투자가 없어 촬영을 못 하는 영화들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영화 제작사인 싸이더스FNH의 경우 올해 총 13편을 개봉했지만 내년에는 7, 8편을 개봉할 예정. 올해 5편을 개봉한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비슷한 편수로 개봉하거나 한두 편 줄일 예정이다.

쇼박스 한국영화투자 담당 마상준 부장은 “투자자로선 손해가 심각한 한 해였다”며 “내년에는 배우의 이름값보다는 이야기의 완성도에 더 집중하면서 신중한 투자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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