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SBS에서 방영된 가수 이효리 주연의 2부작 드라마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에 나온 대목이다. 회당 65분인 이 드라마는 이효리의 기획사 엠넷미디어가 21억 원을 들여 제작해 SBS에 무상 제공한 것으로, 이효리의 신곡 ‘톡톡톡’ 발표에 맞춰 방영됐다. 줄거리는 백혈병에 걸린 가수 지망생 ‘이나’(이효리)와 암에 걸린 건달 ‘정태’(이동건)의 사랑 이야기다.
문제는 이 드라마가 지상파 드라마를 신곡 홍보용으로 이용하는 첫 사례로 꼽힐 수 있다는 점이다. SBS가 16일 이 드라마를 방영한다고 밝히자 “신곡 홍보 드라마를 지상파에서 해야 하나”는 등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SBS의 지석원 편성본부장은 “홍보용인지 정식 드라마인지 품질을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회에서 한 가수가 이효리의 신곡 ‘톡톡톡’을 부르고, 정준호와 다투는 장면에선 또 다른 신곡 ‘그녀를 사랑하지 마’가 나온다. 2회에서도 신곡 ‘잔소리’가 나온다. 신곡 3곡이 모두 드라마에 나오는 셈이다. 드라마 곳곳에는 이효리가 CF 모델로 나오는 음료(비타 500), 휴대전화(삼성 애니콜), 자동차(현대자동차 투싼)가 배치돼 간접광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21억 원의 제작비는 미니시리즈 평균 제작비(회당 8000만∼1억 원)의 10배에 이를 만큼 엄청난 금액이다. 엠넷미디어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 속 현대자동차와 애니콜 등으로 번 10억여 원을 포함해 디지털 음원이나 싱글 앨범 판매, 이효리 홍보 효과를 합쳐 제작비를 대부분 건졌다”고 말해 ‘지상파 이용 효과’를 내비쳤다.
그럼에도 SBS가 이런 드라마를 방영한 것에 대해서는 스타를 거느린 외주제작사에 밀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작비 급등과 스타 캐스팅의 어려움을 이유로 외주제작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지상파가 채널마저 내주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이처럼 스타의 권력이 지상파를 장악하면 콘텐츠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대중문화가 획일화되면서 시청자 선택권이 침해된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에게 그 부담이 고스란히 넘어온다는 지적이다. 이효리가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씁쓸한 이유다.
김윤종 문화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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