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영화 상영은 17일까지 열릴 영화배우 박중훈 회고전의 첫 순서다. 미국에서 한국 영화배우의 회고전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아시아권 배우 중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다.
제이콥 번스 필름 센터는 예술, 독립영화 소개에 주력해 온 비영리 조직으로 지금까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영화배우 메릴 스트리프, 존 트래볼타 회고전 등을 열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가 되자 500석 규모의 극장이 빈자리 하나 없이 꽉 들어찼다. 관객 중에는 한국계가 아닌 미국인이 훨씬 더 많았다.
한물간 가수왕(박중훈)과 그의 매니저(안성기) 사이의 우정을 그린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미국 관객은 함께 웃고 울었다. 문화와 언어는 달랐지만 공감대는 같았다.
뉴욕 출신인 잔라 베어드(여) 씨는 “박중훈 씨를 잘 알고 있던 친구가 꼭 가 봐야 한다고 해서 왔다”며 “한국 영화가 너무 훌륭하고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상영 후 관객과 질의 응답시간이 이어졌다. 사회는 ‘양들의 침묵’과 ‘필라델피아’의 조너선 드미 감독. 2002년 박중훈 씨의 할리우드 데뷔작인 ‘찰리의 진실’을 연출한 인연으로 알게 된 드미 감독은 그의 열혈 팬. 그는 이번 회고전을 성사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영화 내용이 한국의 지금 현실을 반영하는지, 두 배우가 어떻게 호흡을 맞추는지, 왜 영화에 로맨스가 없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뉴욕대에서 공부했던 박중훈 씨는 별도 통역 없이 영어로 농담까지 섞어가며 답변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할리우드 추가 진출 계획에 대해 “3년 전부터 ‘비빔밥’을 준비해 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일의 진척이 빨라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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