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부자(父子) 사이에서 유발되는 따뜻한 웃음과 가슴 찡한 눈물로 '진정성'에 대해 곱씹게 만든다. 그리고 정진영은 다시한번 톱스타 없이 올곧이 마음 하나로 비수기 충무로의 '커다란' 복병이 되길 희망한다. 13일 오후 시사회를 연 가족영화 '날아라 허동구'(감독 박규태, 제작 타이거픽쳐스) 얘기다.
'날아라 허동구'는 IQ 60인 아들 '동구'(최우혁)의 초등학교 졸업을 위해 세상과 맞서는 아버지 '진규' (정진영)의 부성애를 담은 감동 스토리. 극중 치킨집 사장으로 분한 정진영은 '왕의 남자'에서 보여준 광기어린 카리스마를 버리고 푸근한 동네 아저씨로 변신했다.
연극 무대로 출발한 정진영은 SBS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싶다'의 진행자로 출연한 경험 외에는 TV와의 인연이 거의 없다. 그러한 그가 변했다. 얼마전 MBC 인기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깜짝 출연했을 뿐 아니라 KBS1 아침토크쇼 '아침마당'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날카롭던' 정진영이 '친근해진' 이유는 간단하다. 신작 개봉을 앞둔 타이틀롤 정진영의 '절박함'이 자연스럽게 그를 브라운관 속으로 적극 부추긴 것.
정진영은 "난 이런 내용을 좋아한다. 오늘 처음 봤는데 굉장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며 "평이 나빠 관객들이 안본다면 할말 없지만, 인지도 탓에 영화의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간다면 억울할 것 같다"고 '공격적인' 홍보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안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TV 출연에) 안할 재간이 없다"고 너스레를 떤 정진영은 "심지어 길거리에서 닭을 파는 스케쥴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알릴 기회의 장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았다.
'너무 솔직한' 정진영은 덧붙여 '하이킥' 제작진에 대한 미안함도 표했다.
"사실 '하이킥' 팀에게 너무 죄송하고 민망해요.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게 빤히 보이잖아요. 거기서도 제가 치킨을 튀겨요. 그분들의 소중한 일자리에 가서 괜히 제 잇속만 챙기는 건 아닌가 걱정이 앞섭니다. 혹여 방해가 됐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실제로 초등학생 아이의 아빠인 정진영은 "모르는 감정 상황을 연기하려면 힘이 드는데 이번엔 무척 편했다. 아역 우혁이를 아들로 여기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만 생각하면 됐다"며 "발달장애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은 좀 다르겠지만 자식을 향한 부모의 애틋한 마음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영화를 찍을 땐 카메라에 잘 나오려고 체중을 약간 줄였는데 이번에는 넉넉한 치킨집 사장을 연기하고자 매일 야식까지 챙겨 먹고 행복하게 찍었다"고 털어놓은 정진영. 2001년작 '달마야 놀자'에서 작가와 배우로 만났던 연출자 박규태 감독은 "예나 지금이나 소탈하고 스타의식이 없는 분"이라며 정진영을 깊이 신뢰했다.
'우직한' 정진영의 '절박함'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는 오는 26일 확인할 수 있다.
이지영 스포츠동아 기자 garumil@donga.com
사진=임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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