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반부, 칠순 노인 이대근의 딸(안선영)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얘기한다. “난 아직도 가족이 뭔지 잘 모르겠네요. 가족들은 왜 서로 가장 아픈 존재일까? 다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는데…”라고. 흘러가는 말처럼 내뱉지만 이 대사는 영화의 중추신경계 같은 역할을 한다. 영화 속 가족들은 겉으론 화기애애하지만 그들의 웃음은 마치 방청객의 그것처럼 수동적이고 덧없다.
이대근은 자식들과 떨어져 지내다 아내 제삿날에 가족들을 불러 모은다. 그러나 건강보조기구를 파는 장남부터 “하느님이 최고”라며 제사를 거부하는 ‘교회 집사’ 딸까지…. 분위기는 어색하다. 후반부 반전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지만 그 반전마저도 남의 일 같지 않다. 딸의 대사가 내내 맴도는 것은 어쩌면 그것이 현실 속에서 우리가 내뱉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어느덧 5월, 가정의 달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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