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박신양 “노숙인 분장 사람들이 못알아봐 편해”

  • 입력 2007년 5월 23일 03시 00분


초반 돌풍 ‘쩐의 전쟁’서 열연 박신양

22일 오전 경기 고양시 SBS탄현제작센터 드라마 ‘쩐의 전쟁’(수목 오후 9시 55분) 촬영 스튜디오. 주인공인 사채업자 금나라 역의 박신양을 만나러 갔지만 제작진은 “인사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스태프 이외에 다른 사람이 현장에 있으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제작진은 “박신양이 할리우드식 배우 관리시스템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촬영장에서도 그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제작진은 “자기 관리에 철저한 배우여서 밤샘 촬영 다음 날엔 오후까지 휴식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전화 인터뷰도 박신양 측이 “일정이 바쁘다”며 e메일 문답으로 바꾸었다.

SBS ‘쩐의 전쟁’은 지난주 방영 2회 만에 시청률 23.3%(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했다. 이 드라마는 같은 제목의 만화가 원작으로, 돈과 사채업을 소재로 다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요즘 사채 시장의 문제를 풍자한 것이다.

“모두의 관심사인 돈을 소재로 해 예상외로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여러 사람이 (돈 때문에) 힘들지 않습니까.”

명문대 출신의 펀드매니저 금나라는 아버지의 사채 때문에 노숙인으로 전락했다가 유명 사채업자의 제자로 들어가서 냉혈한으로 바뀐다. 나라의 아버지는 “카드 빚 쓰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뒤 자살하고 어머니는 충격을 받아 숨을 거둔다. 그는 돈 때문에 가족 직업 사랑 등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잃고 음식찌꺼기라도 먹으려 쓰레기통을 뒤지는 신세가 된다.

박신양에게 실제로 돈 때문에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대학 시절엔 돈이 없어서 수련회(MT)도 못 갈 정도였어요.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더 풍족할 수 있겠죠. 그래도 돌이켜보면 가난했던 그때가 훨씬 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쥐약이 묻은 음식을 먹고 기절하거나 서울역 앞에서 구걸하는 박신양의 노숙인 연기는 “실제 같다”는 호평을 받았다. 3년 전 방영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깔끔한 정장과 넥타이 차림의 로맨티시스트 한기주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노숙인 분장을 하면 사람들이 못 알아봐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새롭고 색다른 연기를 할 때 흥미를 느낍니다. 구걸 연기도 무척 재미있었어요.”

그는 연기를 인정받는데도 액팅디렉터 전훈 씨를 따로 고용해 촬영 때마다 도움을 얻고 있다. 이날도 전 씨가 극중 골프채 손잡이의 냄새를 맡는 나라의 모습이 “변태 같다”며 연출자에게 대본 수정을 요청하자 박신양은 “형이 변태적인 시선으로 봐서 그런 건 아니냐”고 웃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누구 한 사람 덕분에 잘되는 게 아니라 화합이 중요하죠. 저도 ‘쩐의 전쟁’의 구성원으로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비에서 적지 않은 비중의 회당 출연료를 받는 그에게 돈은 무엇일까.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게 돈이죠. 삶을 위해서 사는 건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돈을 위해 사는 건 불쌍하고 추하지 않습니까.”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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