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KBS 등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를 위한 재원 조달 방법으로 KBS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허용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정부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지상파 방송사가 추계한 디지털 전환 비용 2조242억 원 중 일부를 수신료 현실화(인상)와 중간광고 허용 등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KBS 수신료 인상과 다른 방송사의 중간광고 허용을 비롯한 방송 광고 제도의 변화(사실상 방송 광고 요금의 인상)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오래전부터 요구해 왔으나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사안이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이 2000년부터 디지털 전환 작업을 해 오면서 거의 매년 수백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정부가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전환 비용, 명분 안 된다=KBS는 7일 ‘KBS 수신료 현실화 추진’이란 보도 자료를 통해 “디지털화 추가 비용이 엄청나 수신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2012년 디지털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KBS는 월 2500원인 현 수신료를 3500원 안팎으로 올릴 계획이며 이와 관련해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 중이다. KBS는 6월 중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심의 의결한 뒤 방송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며 9월 정기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지털화가 완료되는 2012년까지 투자해야 할 추가 비용이 KBS 7414억 원, MBC 본사 3226억 원, SBS 2845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2000년부터 디지털 전환 작업을 해 왔으며 지금까지 KBS 4413억 원, MBC 본사 1892억 원, SBS 3544억 원을 투자해 왔다.
그러나 방송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내놓은 디지털 전환 비용이 검증이 되지 않은 데다 디지털 전환 작업을 하면서도 매년 수백억 원의 순익을 내 왔다며 KBS 수신료 인상 주장은 방만 경영이 초래한 재정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핑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디지털 전환이 시작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상파 방송 3사는 2004년 KBS가 적자를 기록한 것 외에 모두 수백억 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또 2001년부터 ‘고화질(HD)TV 프로그램 제작비 지원’ ‘디지털 방송 장비 도입 시 관세 감면’ ‘방송발전기금 납부율 인하’ 등 디지털화를 위한 지원을 받고 있어 수신료 인상이나 방송광고제도의 변화는 시청자들에게 이중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국진 미디어 미래연구소 소장은 “디지털 전환 비용에 대한 부분은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수신료 인상이 디지털 전환 비용 때문이라는 논리는 연결 고리가 적절치 않고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수신료 인상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려면 구체적으로 수신료 인상에 따라 늘어난 재원을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밝혀야 하는데 KBS는 그런 게 전혀 없다”며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후 발생할 잉여수입 용도, 경영합리화 투명성 담보 등을 상세히 밝히고 수신료 인상을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 방만 경영=KBS는 특히 방만 경영 혁신이나 공영성 강화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수신료 인상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최근 ‘KBS 2006 회계연도 결산에 관한 사항’ 보고서에서 인건비성 경비 절감 노력과 합리적인 지출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KBS는 지난해 인건비성 경비가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인건비 절감을 통한 경영 혁신이 미비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예산 외 수입 465억 원이 발생했는데도 당기순이익은 8억 원 증가에 그친 것은 증가된 수입에 맞춰 비용을 증가시켰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S는 또 지난해 말 여직원이 9억여 원을 횡령하고 올 2월에는 기자가 제작비를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빚었다. 3월에는 KBS 이사들의 활동비를 100% 인상하는 등 각종 수당을 대폭 올려 방만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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