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고 영광스럽다는 말보다 더 대단한 말이 있었으면 했어요. 제 이름이 호명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요. 그저 ‘충분히 즐기다 오자’라는 생각뿐이었는데 비행기 타고 집에 올 때도 계속 멍해 있었고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지?’를 계속 되뇌었을 정도니까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 서울에 도착한 후 갖는 첫 공식 행사에서 그는 수많은 취재진에 놀란 듯했다.
“제가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 두 번 놀랐어요. 절 기다리는 수많은 기자를 보고, 그리고 절 마중 나온 저희 어머니를 보고요. 원래 공항에 마중 나오시는 분이 아닌데 아마도 딸의 얼굴이 무척 보고 싶으셨나 봐요.”
그는 ‘밀양’의 여주인공 신애 역에 자신이 없어 거절했으나 이창동 감독이 그를 잡았다. 이 감독은 “전도연은 정해진 그릇에 담기 어려운, 규정하기 힘든 것이 매력”이라며 “감독으로서 한 것은 그저 연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순간순간 전도연에게서 나오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칸 영화제 시사회 때 받은 느낌을 잊을 수 없단다.
“반응이 좋았던 이유는 많은 분이 제 연기를 본 것이 아니라 신애의 감정을 그대로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연기하면서 신애가 겪는 고통의 끝이 어디인지 알고 싶었죠.”
‘월드스타’가 된 기분은 어떨까. 그는 “아휴, 안 그래도 공항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월드스타라고 그러시는데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 상에 안주하면 안 되잖아요. 앞으로 한국에서 해야 할 것이 많아요. 혹시 해외에서 영화 출연 제의가 들어와도 기본을 잊지 않을 거예요. 시나리오부터 꼼꼼히 챙겨야죠.”
그러자 옆에 있던 배우 송강호가 “전도연 씨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배우라 내가 항상 코너에 몰린다”며 웃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그의 신분은 어느새 ‘새색시’가 돼 있었다. “나보다 트로피를 더 좋아하더라”는 것은 남편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는 “남편이 농담처럼 ‘앞으로 더 잘 모셔야겠네’라고 하는데 어찌나 고맙던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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