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줄리아 로버츠, 앤디 가르시아 등 ‘별들의 집합소’로 불리며 2001년부터 3년 단위로 제작된 ‘오션스’ 연작의 전 세계 흥행 성적은 그 출연진만큼 눈부시다. 초호화 출연진에 비해 8500만 달러라는 저렴한 제작비가 투입된 ‘오션스 11’(2001년)은 그 다섯 배가 넘는 4억50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금도 역대 전 세계 흥행 성적 50위 안에 드는 규모다. 여기에 다시 영국 스타 캐서린 제타 존스와 프랑스 스타 뱅상 카셀까지 가담하면서 1억1000만 달러로 제작비가 상승한 ‘오션스 12’(2004년)는 3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한국시장에서 ‘오션스’ 연작의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2002년 개봉한 ‘오션스 11’의 흥행 성적은 전국 135만 명으로 당시 해외영화 흥행 순위 20위에 턱걸이한 수준이었다. ‘오션스 12’의 2005년 개봉 성적은 더 나쁘다. 전국 84만2000명으로 그해 해외영화 흥행 순위 20위에도 들지 못했다. 아마도 등장인물의 수가 너무 많아 집중력이 분산되는 데다 영화 내내 두뇌를 굴려야 하는 도박범죄극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한국 관객의 선호도가 낮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이런 전력을 감안해 냉철히 주판알을 튕긴다면 14일 개봉하는 ‘오션스 13’의 흥행 성적이 300만 명을 넘기기는 힘들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변수’는 존재한다.
우선 ‘스파이더맨 3’와 ‘캐리비안의 해적-세상 끝으로’와 같은 연작 영화들이 전작의 흥행 성적을 훌쩍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영화관에서 전작을 보지 않았던 관객조차 TV나 DVD, 비디오 등으로 익숙해진 이야기를 찾아 영화관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다른 매체를 통해 오션스 연작의 묘미에 맛을 들인 사람들이 좀 더 익숙해진 등장인물과 이야기 구도를 따라 영화관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타짜’의 흥행 성공으로 한국 관객도 도박범죄극의 재미를 만끽하게 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작품으로 봤을 때 ‘오션스 13’은 ‘오션스 11’보단 못해도 ‘오션스 12’보단 낫다.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이 이끄는 전문사기단 11명은 멤버 중 최고령인 루벤이 사기를 당해 파산된 뒤 폐인으로 전락한 것에 분노하면서 복수를 위해 다시 모인다. 복수의 대상은 짓는 호텔마다 다이아몬드 5개 등급을 받는 호텔 전문경영인 윌리 뱅크(알 파치노). 목표는 뱅크가 라스베이거스에 신축한 초호화 카지노 호텔의 개장에 맞춰 단 하룻밤 사이 도박장에서 5억 달러의 손해를 보게 하고 다이아몬드 5개 등급을 못 받게 만들어 그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것. ‘오션스 11’은 그 자금 마련을 위해 앙숙인 테리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까지 끌어들이고 마지막엔 13번째 인물이 등장해 일대 반전을 낳는다.
줄리아 로버츠와 캐서린 제타 존스와 같은 여성 스타를 빼고 그 대신 알 파치노 같은 거물을 투입해 ‘스팅’과 ‘대부’를 합쳐 놓은 듯 철저한 남성 드라마로 끌고 간 게 이번 편의 매력.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겨냥한 두뇌게임보다는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어깨에 힘을 뺀 점도 장점이다.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삼두마차가 서로 경쟁하듯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 주며 무르익은 연기로 호흡을 잘 맞췄다는 점에서 3편의 연작 중 여성 관객의 마음을 가장 깊게 사로잡을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오프라 윈프리 쇼를 보며 훌쩍거리는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의 모습은 놓치기 아까운 명장면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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