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고 싶어 안달 난 59세 주부 도시코(후부키 준). 14일 개봉하는 영화 ‘다마모에’의 주인공인 그는 돌연사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장례식 이후 새로운 삶을 산다. 남편이 비밀리에 10년간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 남편의 유골 통을 내던지고 남편의 속옷을 내다 버리는 그의 모습이 처량할 뿐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기회’라니, ‘장례식=엄숙’이라는 고정관념을 비튼 감독의 센스가 새롭다. 이 영화에서 명대사는 영화 종반 무렵 도시코 여사의 직설화법에 담겨 있다.
“조신한 여자요? 난 변하고 싶다고요!”
그는 자신과 바람을 피운 남편의 지인에게 내지른다. “여자란 모름지기 조신해야죠”라고 말하는 눈치 없는 이 남자에게. 바로 여관 앞에서 말이다.
낯선 동네의 캡슐텔에서 외박을 하고 술에 흠뻑 취해 무작정 동네 삼류극장에 찾아가 “저 영사기술 배우고 싶어요”라며 기사를 조른다. 이게 다 10년간 남편에게 속았다는 분함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조신함은 마치 껍데기인 듯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얼굴을 찾고 싶은 그녀, 촉촉한 눈빛 밑에는 나이를 잊은 ‘자아 찾기’가 숨어 있었다.
그러나 도시코 여사, 아직 한 수 아래다. 그의 명대사 뒤에 바람피운 남자의 코미디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으니. 화가 난 채 집으로 돌아가는 도시코 여사를 보며 이 남자, 휴대전화기를 꺼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손자한테 이렇게 말한다.
“할아버지다. 할머니한테 저녁밥 집에 가서 먹는다고 전해 줘. 에헴!”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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