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2시 서울 종로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해부학교실’(감독 손태웅, 제작 에그필름)의 시사회장. 주연을 맡은 ‘호러퀸’ 한지민은 필름이 돌아가는 내내 창백한 얼굴로 어지럽도록 비명을 질렀지만 상영이 끝난 뒤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선 “귀신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웃음 짓는 여유를 부렸다.
‘해부학교실’은 해부학 실습에 참여한 여섯 명의 의학도들이 가슴에 장미 문신이 남겨진 아름다운 카데바(해부용 시체)를 배정 받은 뒤 잇달아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는 내용의 공포영화. 한지민 온주완 오태경 등 신세대 스타들과 조민기 정찬 박찬환 등 중견배우들이 신구 앙상블을 이루며 극의 전개를 이끌어간다.
한지민은 “귀신만 나오면 무서워하는 분도 있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공포감은 다르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좋아하고 귀신에 대해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귀신보다는 심리적으로 조이는 두려움이 더 컸고 6명의 캐릭터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심리를 표현한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마냥 어려보이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시체와의 연기’에 있어 예상외의 두둑한 배짱을 과시한 그녀. 과연 이 대범함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해부 실습 장면을 위해 돼지고기를 가지고 연습했다”는 한지민은 “작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 시체를 봤는데 며칠 전까지 절 반기던 할아버지임에도 시체라는 생각에 잠시 무서웠다. 그래서 할아버지께 너무 죄송해 꼭 안아드린 다음 좋은 곳에 가시라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저희도 언젠가 죽음과 마주할 텐데 시체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면서 “그런 생각 때문에 시체에 대한 공포감이 없어졌다. 그리고 실제 카데바로 사용되는 시체는 사고가 난 무연고자들이 많다고 들어 카데바가 가엽고 슬프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호러 시즌’이 임박했는지 ‘해부학교실’을 필두로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기담’ ‘두 사람이다’ ‘리턴’ 등 저마다의 특징을 내세운 공포영화들이 하나둘 충무로에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지민은 “최근 공포영화가 많이 개봉해 ‘호러퀸’ 타이틀을 두고 이런 저런 얘기가 많은데 저 역시 제가 맡은 역할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릴 순 없다”면서도 “각각의 영화가 색이 다른 만큼 모두 한국영화이니 골고루 보시고 한국영화를 많이 사랑해 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깜찍함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한지민의 180도 스크린 변신이 관객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지는 오는 7월12일 판가름 난다.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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