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이 순간!]익사일

  • 입력 2007년 6월 28일 03시 01분


‘천장지구’라는 걸작을 남긴 두치펑(杜琪峰) 감독의 ‘익사일’은 서부극의 미학으로까지 발전해 가는 홍콩 액션 누아르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이 영화에선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으로 대표되는 1980년대 홍콩 액션 누아르에 대한 향수가 물씬 느껴진다. 비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총격전의 미장센, 암흑가 사내들의 비장한 우정 그리고 선글라스와 담배, 롱코트 따위의 소품….

그런 이 영화를 서부극의 경지로 올려준 소품은 바로 맥주 캔이다. 영화 초반 2명의 조직폭력배(무법자)는 연달아 맥주 캔을 쏘아 맞히는 신기에 가까운 사격 솜씨로 경찰(보안관)을 쫓아버린다. 서부극에서 익히 보던 장면이다. ‘OK목장의 결투’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결투 장면에선 총알을 맞고 공중 높이 튀어 오른 맥주 캔이 바닥에 떨어지는 짧은 순간 승패가 갈린다. 역시 누가 먼저 총을 뽑느냐는 짧은 시간에 승패가 결정되는 서부극 식 설정이다.

‘딤섬 웨스틴’이라 불러야 할 새 장르의 미학은 이탈리아 ‘마카로니 웨스턴’이 최소화한 서부극의 낭만성을 극대화한 데 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그놈의 과잉 낭만성이 용서되는 이유는 뭘까. 그게 바로 홍콩영화만의 아우라 아니겠는가.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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