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뇌 이상으로 죄의식이 결여된 사람)를 다룬 이 영화는 6월 마지막 주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7주간이나 지속됐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열풍에 마침표를 찍게 했다.
바야흐로 공포영화의 계절이다. 5월 개봉된 ‘전설의 고향’을 시작으로 ‘검은 집’, ‘해부학교실’, ‘므이’ 등 국내 공포영화가 줄줄이 개봉된다.
외화 역시 이미 개봉됐던 ‘리핑-10개의 재앙’, ‘메신저-죽은 자들의 경고’를 비롯해 ‘씨 노 이블’, ‘샴’, ‘힛쳐’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8월 초 개봉일이 확정된 작품까지 합친 공포영화 수는 총 16편. 올해 안에 개봉될 영화들을 포함하면 20편이 훌쩍 넘는다.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공포영화, 그 실체를 키워드로 정리했다.
20+α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 14편이 개봉됐던 공포영화는 지난해 20편으로 늘었고 올해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공포영화’의 공식이 지배적이고 공포물이 다른 장르에 비해 충성도가 높다 하더라도 갈수록 늘어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는 “갈수록 사회가 불안정하니 사람들은 공포나 악몽에 더 집착하려 한다”며 “비현실적인 공포물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자신이 처한 현실은 안전하다는 믿음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극장에서 공포물이 ‘튀는’ 상황에 처한 현실도 한몫한다. 배급사 ‘쇼박스’의 김태성 부장은 “기본적으로 공포물 자체가 눈에 띄는 장르인 동시에 올해는 예년에 비해 한국영화 개봉 편수가 줄었고 6일 개봉된 ‘황진이’ 이후 이렇다 할 화제작이 없기에 상대적으로 공포영화만 상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20억+α
사실 공포영화로 ‘대박’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2005년 김혜수 주연의 영화 ‘분홍신’이나 지난해 개봉된 송윤아 주연의 ‘아랑’ 모두 그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힌 공포물이지만 관객수는 100만 명을 조금 넘긴 수준.
공포영화 한 편의 제작비는 대략 20억 원으로 보통의 영화제작비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관객 수로 따진 손익분기점은 대략 60만∼70만 명. 외화의 경우도 수입가격이 7000만 원 정도로 1억 원을 넘지 않아 30만∼40만 관객이 동원되면 수익이 날 정도. 여기에 빅스타에 대한 의존도도 낮기 때문에 영화 제작사는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공포물을 계속 제작하고 있는 것.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판친 올해는 공포영화에 대한 집착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영화계의 공통된 지적.
CJ엔터테인먼트 제작팀의 유일한 팀장은 “올해 상반기 개봉할 예정이었던 국내 대작들은 대부분 하반기로 미뤄졌다”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 대항하는 데는 관객층이 일정한 저예산 공포영화뿐”이라고 말했다.
소복+α
공포물은 사회 억압 기제들을 얘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작편수가 많아질수록 다양한 소재의 영화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 과거만 해도 일본 영화 ‘링’에서 나온 머리 긴 소복 귀신 ‘사다코’가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검은 집’처럼 전례 없이 남성 화자가 등장하거나 ‘해부학교실’처럼 의과대가 배경이 되는 등 소재가 다양해졌다”며 “전반적으로 슬래시 호러물보다는 괴담 위주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개봉작이 많아지다 보니 잔인함은 더 강해졌다. ‘쇼박스’의 김태성 부장은 “논리적인 공포 대신 외화 ‘쏘우’처럼 단순한 상황에 무조건적인 사지절단형이 대부분”이라며 “이는 공포영화의 오락적 측면이 부각되고 비주얼적인 쾌감이 극단화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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