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300만 UP & DOWN]‘햄릿이 된 해리’ 아이들이 좋아할까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꿈과 환상의 결정체인 마법의 세계를 현란한 특수효과로 재현하며 어린이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아 온 해리 포터 시리즈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다. 그러나 11일 개봉하는 제5탄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전체 관람가)은 일단 각오 좀 하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난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먼 씨는 기자들에게서 ‘너무 어두운 것 아니냐’, ‘유년 관객층에 어렵지 않겠는가’ 등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해마다 놀랄 만큼 달라지는 해리 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의 외모는 이제 사춘기를 지나 완전히 성인의 모습으로 변해 버렸고 영화도 그에 걸맞게 한층 진지하고 심각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리의 갈등. 새롭게 드러나는 아버지의 어두운 과거, 내면을 침투해 들어오는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 이로 인해 선과 악의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해리의 내면 연기는 성숙해진 외모와 맞물리며 지금껏 보았던 소년 마법사 해리가 아니라 고뇌하는 왕자 햄릿에 가까울 정도.

여기에 볼드모트의 출현과 호그와트의 정책을 둘러싼 마법부와 학교의 갈등, 마법부 장관 퍼지와 교장 덤블도어 간의 역학관계와 같은 정치적 요소들이 더해지기 때문에 어린 관객들에게 기존 해리 포터 시리즈보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신작은 그동안 해리 포터 시리즈가 보여 준 평균 관객 350만 명에 무난히 도달할 것 같다. 먼저 소설과 영화가 함께 스텝을 맞춰 나가며 진행되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특성은 스토리 전개보다는 책의 판타지를 얼마나 화면에 구현했는지가 관건인데 5편의 화면은 이에 충분히 보답한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현란한 특수효과를 선보이는 덤블도어와 볼드모트의 ‘빅 매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제다이 요다와 두쿠 백작의 결투가 그랬듯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것이다. 또 작품 전체의 어두운 분위기를 걷어내지는 못했지만 해리의 첫 키스 신이 가미된 본격적인 로맨스가 싹튼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해리가 자란 만큼 관객들도 같이 자랐다는 점이다. 해리포터 1편이 나온 뒤 6년이 지났다. 당시 10대 중반의 관객이라면 이제 20대가 된 셈이다. 해리의 진화는 오히려 기존 관객의 눈높이를 배려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곧 초중고교 여름방학이 시작되지 않는가.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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